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면서 일본 정부의 리더십 교체가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총리가 취임한다 해도 한·일 관계의 급격한 개선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등 차기 총리 후보군은 물론 자민당 내에서 한국에 대한 분위기가 워낙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3일 “신임 내각이 출범해도 당장 한·일 양국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 같은 달 중의원 선거가 있고 내년 7월에는 참의원 선거가 있다”며 “신임 총리도 안정적인 정권 다지기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기 때문에 한·일 관계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서 한·일 간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군 한국인 위안부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은 “2015년 위안부 합의로 모두 끝났는데 문재인 정부가 따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직전 아베 신조 총리 재임 시절부터 “한국 정부가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 들어설 일본 정권도 수동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교수는 “내년 대선 이후 우리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쯤 ‘리셋’(한·일 관계 재설정)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일 외교정책과 관련, “역사·영토 문제는 단호히 대처하되, 경제·사회·외교적 교류와 협력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쿄특파원을 지냈고 국회에서 한일의원연맹 안보외교부위원장 등을 맡았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본과의 역사 문제는 원칙에 입각해 해결하면서도 모든 분야 협력을 미래지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역시 한·일 정상회담 추진에는 긍정적인 견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당시 “(한·일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며 “외교는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양국이 역사·경제 문제 등을 일괄 논의하고 해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