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 우려 의견을 담은 유엔 서한을 정부·여당이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엔이 지난달 27일 모든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며 서한을 작성해 외교부에 전달했지만, 국민의힘 측은 홈페이지에 올라오기 전까지 서한이 전달된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유엔은 지난달 2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린 칸 유엔 특별보고관의 서한을 국회에 전달해 달라며 외교부에 보냈다. 이 서한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추가 수정 없이 채택될 경우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려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엔은 “이와 같은 견해와 우려를 한국 정부가 개정안을 투표할 국회의원들에게 공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본회의가 열리기로 한 지난달 30일 전에 유엔의 의견이 담긴 서한을 법안 찬반 투표를 할 여야 의원들에게 공유해달라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까지 서한이 작성·전달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서한이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공개를 요청했지만 여당이 거부했다고도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는 유엔의 언론재갈법 반대 서한을 공유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일부러 중간에서 은폐하고 배달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은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언론중재법 처리 시한 등 여야 합의가 이뤄진 부분에서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이 문서는 대외비로, 전자 송부가 불가능하며 인편을 통해서만 전달이 가능하다”며 “일반적인 경우 정기적으로 외교부를 방문해 문서를 받는데 이번에도 절차대로 수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