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임용에 필요한 경력 요건을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여권은 이참에 판사를 필기시험 대신 시민단체 선발로 임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SNS에서 “김명수 법원행정처의 ‘김앤장 판사 독식법’을 본회의에서 저지했다”며 “이제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표결에서 부결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당시 재석의원 229명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찬성 111표로 의결정족수(115표)에 미치지 못했다.

법원조직법 개정은 대법원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2011년 시행된 법조일원화 제도는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되는 추세에 맞춰 일정한 경력을 갖춘 법조인을 판사로 뽑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검사 등이 판사로 임용되려면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갖춰야 했다.

법원에서는 “법조 경력 10년이 넘은 사람 중 우수 인재는 이미 로펌에서 수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데 박봉인 판사로 오겠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법원은 판사 임용에 필요한 경력 요건을 5년으로 낮추는 법 개정을 의원 입법을 통한 사실상 ‘청부 입법’으로 추진했다.

그러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특목고와 서울대를 나와 ‘김앤장’에서 일해 본 변호사만 뽑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이탄희 의원은 “이미 내년 신규 임용 판사 157명 중 상위 7개 로펌 출신이 50명이고 8분의 1은 김앤장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신규 판사 선발을 필기시험 성적 중심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사회 제세력이 주도하는 법관선발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이 원하는 인재들이 판사로 임용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공언했다. 현재는 판사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판결문 작성시험 등을 거치는데 앞으로는 시민단체에 선발 과정을 맡기겠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두고 “여당이 ‘법원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각하 판결을 내린 것을 대표적인 ‘탁상 판결’ 사례로 거론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