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일 국회 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김용민 최고위원과 함께 대선 경선 3차 국민선거인단 모집을 독려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여야 ‘언론중재법 협의체’에 참여할 민주당 의원으로 확정됐다.  /김병언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일 국회 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김용민 최고위원과 함께 대선 경선 3차 국민선거인단 모집을 독려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여야 ‘언론중재법 협의체’에 참여할 민주당 의원으로 확정됐다. /김병언 기자
‘언론 재갈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후퇴는 없다”고 강한 입법 의지를 드러냈다. 개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 협의체에 독소조항 삽입을 주도한 김용민 의원 등 강경파를 배치했다. 야당과의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무조건 상정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상정할 경우 모든 수단을 활용해 처리를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협의 시작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與, 협의체에 강경파 투입

민주당은 1일 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을 언론법 ‘8인 협의체’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친문(친문재인) 강경파로 분류된다. 국민의힘은 최형두·전주혜 의원을 대표로 배치했다. 여야 의원 4명에 더해 각 당이 2명씩 선임하는 외부 위원 4명까지 총 8명이 협의체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을 논의하게 된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두 의원이 여당 대표로 협의체에 나서자 야당에선 “강행 처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용민 의원은 최대 3배 정도로 논의돼오던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5배까지 올린 장본인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김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법안을) 원점으로 돌리려는 정략적 시도는 허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야 합의를 요구했던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선 “국민의 분노를 일부 강경파라 치부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송법), 1인 미디어 규제(정보통신망법), 언론사 내 편집위원회 설치(신문법) 등 다른 언론 관련 입법도 ‘패키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언론중재법 처리 시점을 늦추면서 당 강경파 사이에서 불만이 쌓인 것을 고려해 이들이 요구하는 다른 언론 입법까지 한꺼번에 밀어붙여 분위기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나머지 법안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해 언론중재법과 함께 민주당 주도로 끌고갈 것”이라고 했다.

합의문 해석 두고 ‘신경전’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 상정해 처리한다’는 여야 합의 문구를 언급하며 이날을 마지노선으로 법안을 의결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도)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며 “합의가 있어야 상정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조건 없이 그날엔 상정해 처리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여야 합의문 중 ‘처리’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합의안이 마련된다는 전제 아래 진행하는 것”이라며 “합의가 안 되면 시간을 갖고 더 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안 수정에 대한 입장도 여야가 엇갈렸다.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쪽에서 협의하는 과정에서 삭제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얘기했다”며 “당연히 삭제된 상태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윤 원내대표는 “삭제할 수 있다는 건 우리 당이 논의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거론한 내용이고, 여야 간 합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한다는 뜻 역시 굽히지 않고 있다.

유엔 “언론법 재검토하라”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두고 ‘낙장불입’ 의지를 드러내며 초강경 태세를 갖추는 배경엔 법안 통과가 지연된 데 대한 강성 지지층의 불만을 달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엔 “밍기적거리는 이유가 뭐냐” “개혁법안도 못 밀고 나가냐”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강성 지지층은 법안 처리에 속도 조절을 언급한 의원들을 ‘언론 10적’이라고 부르며 ‘문자 폭탄’ 세례를 퍼붓고 있다.

다만 강성 지지층 요구대로만 법안을 밀어붙였다가 자칫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아 협의체 안이 나온 뒤에도 당 입장이 최종적으로 정해지기까지 내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유엔 인권 전문가가 언론중재법 개정이 국제인권규약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에 대한 공신력 확보라는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서한을 통해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해당 부처와 협의해 (서한에) 답변할 것”이라고 했다. 3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박병석 의장은 “국민의 생업과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법안이 되레 국민의 자유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100일간 이어지는 이번 정기국회는 604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시정연설 10월 25일)와 국정감사(10월 1~21일) 등이 예정돼 있다.

고은이/전범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