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에 부지대금 1천610억원·설계비 2억4천100만원 등 미반영
"계획대로 2023년까지 부지대금 완납…2026년 병원 완공 차질없이 진행"
감염병병원 예산삭감 논란…정부 "삼성 기부금 때문 아니다"(종합)
정부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의 기부금을 이유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31일 2022년 예산안을 발표한 보건복지부는 전날 박민수 기획조정실장의 사전 설명회 답변을 통해 감염병전문병원 예산 삭감 논란이 사실에 입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부지 매입비가 당초 요청보다는 적게 잡혀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 기부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예산을 삭감한 형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앙의료원은 이전 및 감염병전문병원 건립과 관련한 '현대화사업' 예산으로 3천737억8천만원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1천629억8천만원이 반영되지 않았고, 나머지 2천108억원만 내년도 예산안에 담겼다.

정부가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은 금액 중 대부분인 1천610억원은 중앙의료원과 중앙감염병병원의 부지 매입 대금이다.

나머지 미반영 금액 중 중앙감염병병원 구축사업 예산은 2억5천만원인데 이중 2억4천100만원은 설계비, 900만원은 시설부대비다.

이 밖에 중앙의료원 설계비·시설부대비 10억원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부지 매입비와 설계비 등이 전액 반영되지 않으면서일각에서는 기부금을 이유로 정부가 의료원 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월 이 회장 유족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연구에 써 달라며 7천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7천억원 중 5천억원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사용하기로 하고, 중앙의료원을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 공병단 부지로 신축 이전하면서 감염병전문병원을 함께 짓기로 했다.

특히 정기현 중앙의료원 원장이 이달 24일 열린 국회 심포지엄에서 "몇천억 들어왔다고 온갖 이해 관계자들이 불나방처럼 붙고 기획재정부는 기부금을 자기 돈인 양 검증하겠다고 나서는데, 보건복지부의 정책 의지는 실종된 상태"라며 "하루라도 빨리 중앙감염병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공허한 약속으로 휴짓조각이 돼 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병원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감염병병원 예산삭감 논란…정부 "삼성 기부금 때문 아니다"(종합)
박 실장은 예산에 의료원 측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을 두고 "재정당국의 상황 때문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부금이 들어와 예산을 깎은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2023년까지 (국방부에) 부지 대금을 완납하면 부지를 매매하는 데는 큰 변화가 없다"며 "대금 완납에는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노정훈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전날 설명회에서 현 상황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이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노 과장은 "기부금이 포함되면서 2018년 12월 기확정된 총 사업비가 변경됐고 국가재정법, 그 이하의 지침에 따라 변경된 총 사업비가 적정한지에 대한 타당성을 재검토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긴급한 사회경제적 필요에 의한 경우 재검토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재정당국과 이를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정부는 100병상 규모의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겠다면서 2018년 관련 총사업비로 1천294억원을 확정했다.

그런데 이후 의료원 이전 부지가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서 중구 방산동 일대로 변경된 데 이어, 기부금까지 받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노 과장은 내년도 부지매입 예산이 의료원의 요구만큼 반영되지 않아 병원 설립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는 "2022년과 2023년에 부지대금을 나누어 국방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인데 2023년도 예산 편성에 추가하는 방법이 있고 필요하다면 국회 심의에서 증액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감염병병원이 2026년까지 완공되는 데 차질이 없도록 당국에서는 최선을 다해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감염병병원 설립을 위해 기부금관리위원회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는 감염병, 보건의료, 법률 전문가와 관계부처 공무원이 참여한다.

복지부는 애초 6월 중 위원회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출범이 다소 지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