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가 대기오염물질?…언론중재법 안건조정위 속기록
여당 주도로 국회 문체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심의 과정에서 언론 보도를 대기 오염 물질에 빗대는 등 언론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잇따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날 확인된 국회 속기록 초안에 따르면 열린민주당 소속 김의겸 의원은 지난 18일 문체위 안건조정위 회의에서 "굴뚝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할 때 벌금액이 5천만 원이더라"라며 "(언론에 매기는) 1천만 원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회의장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김 의원만 참석했다.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범여권'에 속하는 김 의원을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에 배정된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했다.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현장 취재가 제한됐고, 국회 의사중계도 '기술적 어려움'을 이유로 불발되면서 회의는 사실상 '깜깜이'로 진행됐다.

회의 종료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속기록은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의 '오염 물질' 발언은 징벌적 손해배상 지급 기준과 관련 하한액 설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언론에 대한 적개심이 비치는 악의적인 비유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는 "언론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극단적인 대립을 부추겨서 사회 전체적으로 너무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물러났다.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의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속기록 초안에 따르면 김 의원은 사법체계에 대해서도 불신을 드러냈다.

법원의 언론 보도 손해배상 판례와 관련, "지난 30년 동안 사법부 판결이 경향적으로 손배액을 낮게 추정해 왔다"라며 "법원을 믿고 판사님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다면 괜찮은데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해왔다"라고 했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야당이나 언론 쪽의 그런 말씀을 좀 받아들여서, 논의하다가 하한선은 뺐는데 지금도 아쉬운 게 (있다)"라고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개진했다.

안건조정위는 논의 끝에 하한선 재설정 여부는 결론 짓지 않고 이튿날 상임위 전체회의로 넘겼지만, 주요 독소조항 중 하나로 꼽히는 기사열람제한청구권을 추가했다.

민주당 소속 이병훈 안건조정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언론자유지수로 봐서는 우리가 아시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언론신뢰도는 46개국 중에서 38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중재법이 논란이 많이 됐지만, 그동안 야당 측 의견과 언론노조 의견도 받아들여서 현장에서 악용될 소지가 없도록 심사하고 양보도 했다"라며 개정안 의결을 강행했다.

이날 오후 4시께 개의한 안건조정위원회는 국민의힘의 퇴장으로 두 시간만에 정회했다.

저녁 8시가 넘어서 속개한 안건조정위는 민주당과 김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약 53분만에 속전속결로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