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이준석 상대로 전면전 불사…'경선 4강 진입' 일단 파란불
점잖던 원희룡이 왜?…'노이즈마케팅'·'당권노림수' 시선도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이준석 대표 간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고조되는 당내 갈등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캠프 간 신경전이 상호비방으로 번지는 일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후보자와 당대표 간에 사적 대화의 녹취록 공방까지 벌어지는 것은 "십수년 정당생활 중에 처음 본다"라고 한 당 관계자는 평했다.

진실 공방의 불씨가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이 대표의 경선 관리 문제를 공개 지적하면서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 전 지사는 19일에도 "당대표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공정경선을 지키기 위해서 저를 던져서 제동을 건 것"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두 사람은 2016년 '탄핵 사태' 때 새누리당 탈당, 바른정당 창당을 함께한 동지 사이로, 최근 제주에서 정치 퍼포먼스를 함께 하는 등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와 끝장을 보겠다는 원 전 지사의 모습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점잖던 원희룡이 왜?…'노이즈마케팅'·'당권노림수' 시선도
당장은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원 전 지사가 경선 레이스 출발을 앞두고 존재감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는 11월 본경선까지 두 차례 '컷오프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이른바 '4위 전략'이라는 것이다.

원 지사의 지지율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의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의 대선주자 선호도를 기록하거나 상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날 밤 발표된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원 전 지사 지지율은 4.1%로, 범보수 진영 5위를 기록했다.

다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5%)를 제외하면, 당내 순위에서는 '4위권'에 진입했다.

그 차이가 미미한 수준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3.7%)을 제친 것이다.

최근의 '이준석 때리기'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한 대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준석과 윤석열만 보인다고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이준석과 원희룡만 보인다고 한다.

나머지 주자들은 틈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주목도를 빼앗긴 부분은 여건상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원 전 지사에게 '득'이 되는 전략인지를 두고는 평가가 분분하다.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 의원은 "자기 이름 좀 알리려고 정권교체를 방해하고 있다"라며 "허위폭로 전문후보" "양치기 소년"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한 초선 의원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 많이 나갔다.

이제는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반면에 또 다른 의원은 "이 대표의 '불공정 경선 관리'에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다"며 공감대를 표했다.

그러나 "표출하는 방식이 세련되지 못하다"며 '강약 조절'을 촉구했다.

홍준표 의원은 "사인 간의 통화 내용을 까발려서 논쟁하는 것 자체가 참 유치하다"면서 원 전 지사의 경우 "상처가 클 것"이라며 "대응이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4위 전략'이 궁극적으로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도 이어진다.

한 당내 인사는 "1년 뒤인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한다면, 본경선 진출을 통해 최소한의 저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측은 그러나 "오직 '공정경선'을 위한 자기희생이었다"며 "당권 포석 등을 운운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마타도어"라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