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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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1~18세 모든 여성에게 생리대 구입비를 지원하겠다.”(이재명 경기지사) “낙후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최대 100% 감면해 청년 취업의 기회를 늘리겠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6일 자신의 취약 지지층을 노린 특화 공약을 각각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여성 지지율이 낮은 이 지사는 육아휴직을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에게 의무화하고, 모든 여성 청소년의 생리대 구입비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청년 지지율 제고가 과제인 이 전 대표는 ‘청년 주거권 확대’ ‘지방 교육 불평등 해소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재명 지사, 여성 지원 공약 발표

이 지사는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구입비용 지원 정책과 공공산후조리원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지사는 “통상 거래금액의 50% 정도로 생리대 구입비를 지원해 생리 빈곤 사각지대를 없애고 빈곤층의 낙인을 지우겠다”고 말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자동등록제’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자동 등록되도록 해 사용을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이 지사는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등 젠더폭력 종합대책도 내놨다. 이 지사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도 가정폭력에 준하는 보호를 받게 하고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겠다”며 “디지털성범죄 대응을 위해 경기도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모델을 확대해 광역 자치경찰 및 경찰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 ‘청백낙연 간담회’

이 전 대표는 이날 청년 100명과의 온라인 간담회인 ‘청백낙연 간담회’를 열고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취업과 주거 문제를 청년 문제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취업과 주거복지 개선에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정보기술(IT)·플랫폼 등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로 했다. 그는 “청년 상당수가 종사하는 플랫폼 노동에 적정 임금이 형성되도록 하고, 월소득 182만원에 미달하는 청년들에게 주거급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방균형발전 정책도 청년 공약의 일환으로 발표했다.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층의 ‘이촌향도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에 따라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에 이전 지역의 낙후도에 따라 법인세를 최대 100% 면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남지사 시절 김 가공기업을 수도권에서 신안으로 유치했는데, 이 기업은 몇 년째 전남 수출 1위를 기록 중”이라며 “지방 기업인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방 청년에게 취업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무서운’ 이재명과 ‘엄중한’ 이낙연

두 후보가 각각 여성, 청년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놓은 것은 해당 계층이 각 후보의 취약점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그간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여성 지지율이 남성 지지율을 밑돌았다. 앞서 민주당의 ‘서울시 유권자 대상 집단심층면접(FGI) 보고서’에서 2030세대 여성 응답자들은 이 지사에 대해 ‘무섭다’고 평가했다. 과거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발언과 ‘김부선 스캔들’ 등이 여성 유권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공약이 겹칠 가능성이 낮은 연휴 마지막 날에 전략적으로 여성 지지층 공약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청년 지지층 확대가 과제다. 지난 12일 PNR리서치가 발표한 8월 2주차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를 보면 18~29세 지지율이 16.8%에 그쳤다. 이는 30대(23.7%) 40대(18.1%)보다 낮다. 과거 대표와 총리 시절 신중한 언행으로 중장년층에게 신뢰도를 쌓았지만 ‘엄중한’ 이미지로 청년이 다가가기 어려운 정치인이라는 평가다.

두 후보는 앞선 공약 발표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주요 공약에 필요한 예산이나 재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 지사는 비정규직 여성의 육아휴직 확대에 대규모 예산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에 “어려운 사업장부터 육아휴직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재정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한국의 국가 예산 대비 복지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0%에 불과하기 때문에 충분히 증액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