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신생아실 감사원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감사를 한 결과 보건복지부 등에 28건의 개선 권고를 내렸다고 13일 발표했다. 한 병원의 신생아실 침대 상당수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텅 빈 신생아실 감사원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감사를 한 결과 보건복지부 등에 28건의 개선 권고를 내렸다고 13일 발표했다. 한 병원의 신생아실 침대 상당수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 저출산 대책이 총체적 부실 상태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처음부터 잘못된 성과지표를 설정하거나 저출산과는 무관한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 성과도 제대로 내지 못한 사례가 대거 나타났다. 정부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80조원 넘게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에 투입했는데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줄이겠다던 사교육비, 더 늘었다

감사원은 13일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 감사 결과 보건복지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에 28건의 개선 권고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감사 결과 저출산 대책은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단계부터 문제점이 드러났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되는 저출산 대책 기본계획은 3차(2016~2020년)의 경우 초·중·고교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하지 않고 사교육비 경감 목표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총 사교육비를 2014년 18조2000억원에서 2020년 17조원으로 줄인다는 목표였지만, 학생 수 감소를 반영하면 1인당 사교육비 부담액은 오히려 같은 기간 9.8% 증가하는 수치였다. 저출산 문제 해결과 정반대 방향의 성과지표를 설정한 것이다. 실제로도 초·중·고 학령인구가 2016년 590만 명에서 2019년 550만 명으로 감소했는데 1인당 사교육비는 같은 기간 25만6000원에서 32만1000원으로 25.4% 증가했고, 심지어 총사교육비도 18조1000억원에서 21조원으로 16.0% 늘었다.
성범죄 방지가 저출산 대책?…380조원 써도 '맹탕'인 이유 있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시·정시의 입시 구조가 계속 바뀌면서 공교육만으로는 이를 다 대비할 수 없어 사교육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성범죄자 재범 방지가 저출산 대책?

저출산 대책과 상관없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사례도 드러났다. 2차 기본계획의 ‘성범죄자 재범 방지 조치 강화’는 사업 목적이 ‘성도착증을 가진 성폭력범의 효과적인 재범 억제’로, 해당 정책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저출산 문제 해소와의 연계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책 호응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감사원이 2009∼2019년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의 계약 실적을 분석한 결과 공급물량은 연평균 1만7000가구였지만 실제 계약물량은 8700가구로, 공급 대비 계약 비율이 50.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실적이 낮은 원인은 작은 주거면적(36㎡ 이하)과 신혼부부들의 생활지역을 고려하지 못한 입지 요인 등으로 분석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자녀 출산 시 지원하는 출산장려금도 효과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저출산 추세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데다 장려금을 탄 뒤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전남 해남군은 2012년 전국 최고 수준인 첫째아 3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도입했지만 0세 인구는 2012년 810명에서 2018년 513명으로 급감했다.

○복지부-저출산위 간 혼선도

정부 기관 간 혼선 사례도 드러났다. 복지부와 저출산위는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각각 어떤 기관이, 어느 범위까지, 어떤 업무를 수행할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저출산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저출산위 심의를 거친 지자체 시행계획 추진실적 평가 결과를 각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도 복지부와 저출산위는 서로 “상대 기관에서 수행할 업무”라며 2016~2018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양 기관의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정리할 것을 권고했다.

감사원은 정부 기관 간 협업도 강조했다. 감사원은 “복지부와 저출산위가 저출산 대책 추진 시 고용노동부, 일자리위원회, 교육부 등과 협업 또는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임도원/최만수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