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에서 '전승절'로 기념하는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인 지난달 28일 평양 북중우의탑에 헌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에서 '전승절'로 기념하는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인 지난달 28일 평양 북중우의탑에 헌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이 “인권을 구실로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국가 제도 전복에 목적이 있다”는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며 중국 편들기에 나섰다. 앞서 중국은 공개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입장을 내는 등 북·중 양국이 국제사회의 고립을 피해 서로 편을 들고 나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중국 자국 내정에 대한 외부세력의 간섭행위 강력히 규탄’이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왕 장관이 지난 4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미·일을 겨냥해 한 발언을 700자 분량으로 그대로 전했다. 북한 외무성은 왕 장관이 “미국과 일본 등이 신장 위구르·홍콩 문제를 거론하며 인권을 구실로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러쿵저러쿵 요언을 조작해 중국에 먹칠하는 것은 국제관계 기본 준칙과 국가 주권 평등 원칙에 대한 엄중한 위반이고 파괴”라 주장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왕 장관의 인권 문제 관련 발언을 집중 소개했다. 북한 외무성에 따르면 왕 장관은 “일부 나라들이 인권 문제를 구실로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정권에 대한 인민의 불신을 조성해 내부를 분열·와해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인권 문제가 국제무대에서 차별적이며 선택적인 이중 기준에 따라 취급되는 것을 견결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왕 장관은 서방을 중심으로 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탄압 문제를 겨냥한듯 “인디언(미 대륙 원주민)에 대한 미국의 대량 학살이 진정한 종족 멸살이며 미국이 도처에서 전쟁을 도발하고 무고한 평민의 사망을 초래한 것이 진정한 반인륜범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홍콩 보안법과 관련해서는 “법 제정과 선거제도 개혁으로 홍콩의 안정이 회복되고 법치가 완비됐다”며 “홍콩 독립 세력이 거리에 떨쳐나서는 그런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은 왕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해석을 달지는 않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 전문을 소개하며 중국 주장에 힘을 실었다. 북한을 향해서도 거듭 제기되는 인권 문제 지적을 고려해 왕 장관의 관련 발언 내용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중국을 감싸주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일부 나라들이 신장 지역과 홍콩 문제를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에 이용하는 것을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중국도 북한을 감싸고 있다. 왕 장관은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화상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앞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왕 장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주장까지 펼쳤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