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35억년전 생물화석 이야기 엮어…"자연과 공생해야"
'나, 박테리아야' 동화책 쓴 해양지질학자 김대철 박사

"인간은 다른 생물보다 훨씬 늦게 생겼는데 자신들이 지구의 주인인 걸로 착각하고 있어요.

"
과학적인 팩트를 바탕으로 바다를 동경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동화형식으로 구성한 책 '나, 박테리아야'(푸른길출판사刊) 본문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두 달 전 국내에서 출간된 이 책의 저자는 해양지질학자 김대철 박사다.

서울대 해양학과 학·석사학위와 하와이대 지질·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부경대에서 환경·해양대학 교수와 학장을 맡아 강단에 서다 정년퇴직했다.

한국해양학회 회장, 한국수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센트럴 코스트에 거주하는 김 박사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동화 한 권으로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어른들도 많이 읽고 '인간이 자연과 공생해야 한다'는 주제를 놓고 자녀와 토론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야기도 책에 담았다.

그는 "박테리아가 전부 병원성 세균이 아니고 유산균처럼 인류에게 꼭 필요한 친구들이 있듯이 바이러스라고 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이 자연을 잘못 건드리면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실었다"고 말했다.

167쪽으로 구성된 '나, 박테리아야'의 주인공은 호주 서부 인도양 연안 상어만 바닷가에 검은 돌을 만들며 사는 시아노박테리아(약칭 '시아')다.

햇빛을 이용해 산소를 만드는 아주 특별한 재주가 있는 이 박테리아가 한 곳에 고정돼 사는 것에 싫증을 느끼고 바다로 탈출해 펼치는 이야기다.

시아는 절친 돌고래 콩콩이와 여행을 떠나기로 의기투합하고, 길잡이로 합류한 거북이 천천이와 함께 상어만을 떠나 바닷속 깊은 곳으로 모험을 떠난다.

폐그물에 걸려 죽을 고비도 넘기지만 이들의 탐험 의지를 꺾지는 못한다.

하지만 깊은 바다는 이들 삼총사에게도 미지의 세계였고, 해저화산이 만든 검은 굴뚝에서 뿜어내는 용암의 뜨겁고 유독한 가스에 놀라지만, 그 주위에 펼쳐진 엄청난 생태계(용궁)에 더 놀란다.

미끼용 등불낚시를 달고 다니는 심해아귀가 만든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격과 목숨을 담보로 우정을 버리라는 유혹도 받는다.

시아의 진두지휘 아래 각자가 가진 특기를 살리면서 적의 심리를 역 이용하는 이순신 장군의 전법을 이용해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지구 최초 생물의 탐험은 마무리된다.

YES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되는 이 동화는 'YES24의 선택',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선정 '이달의 으뜸 책', 전북환경운동연합 뉴스레터 생명도움5 '추천도서'로 선정됐다.

김 박사는 "원래는 지구 최초의 생명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이야기의 진행상 자연스럽게 환경에 내용도 녹아있다"며 "지구온난화는 가속화하고 자연재해는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폭염, 태풍, 산불, 홍수, 해빙, 해수면 상승, 해안침식 등 예전에는 국지적이었던 현상이 이제는 범지구적으로 더 강력해지고 심각해지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평생 해양학자로 살아온 저자가 동화를 쓴 이유는 동화작가인 아내 이마리 씨의 권유 때문이다.

최근 '동학 소년과 녹두꽃'(행복한나무刊)을 펴낸 아내는 "아까운 바다 지식을 사장하지 말고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고 독려했고, 용기를 내어 쓴 첫 번째 작품이 '태평양 구석구석 해저 탐험'(청개구리출판사, 2016년)이었다.

최첨단 심해잠수정을 탄 남녀 초등학생이 부산에서 하와이까지의 여정을 그린 이 책은 지난해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책에 실린 생물이나 해저화산 그림들도 원모습을 최대한 살렸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흥미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썼다"며 "바다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나, 박테리아야' 동화책 쓴 해양지질학자 김대철 박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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