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직후 범여권 의원 74명이 훈련 취소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지만 훈련 시행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의견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이미 축소해 준비하던 훈련 규모를 더 줄일 가능성은 남아 있어 군 훈련이 대북 협상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합동훈련은 시행돼야 한다”며 “이것은 방어 훈련이고 북한을 설득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복수의 군 소식통도 “예정대로 훈련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훈련 연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한·미 군당국은 오는 10일 사전 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시작으로 16~26일 본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시행하는 데는 ‘훈련 취소는 안 된다’는 미국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연합훈련이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달 취임한 후 처음으로 하는 훈련이라는 점과 통상 상당수 주한미군 장병이 1~2년 안팎의 짧은 기간만 한국에 체류해 연합방위 태세를 파악할 기회가 적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훈련 강행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도 이날 훈련 시행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미 간 신뢰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훈련 규모가 더 축소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미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예년에 비해 참여 인원을 축소해 준비하고 있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에 일부 훈련을 추가로 축소하거나 생략하는 방향으로 규모를 더 줄이는 방안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당국은 아직도 훈련 일정과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3월 진행된 전반기 훈련도 훈련 시작 전날 훈련 일정과 규모 등을 발표한 바 있다.

김여정이 1일 “우리는 합동 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며 훈련 축소가 아니라 취소를 압박한 가운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연합훈련 규모에 따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