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일 화상으로 진행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일 화상으로 진행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북한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반도 현안이나 대미(對美) 관계에 대한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남북한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처음으로 남·북·미 3자가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북한이 재차 한·미 연합군사훈련 취소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6일 화상으로 진행되는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지역 안보 문제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 장관은 이 회의에서 지난달 27일 통신선 복원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장관은 지난 3일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를 시작으로 같은날 아세안+3(한·중·일), 지난 4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잇달아 열린 아세안 관련 다자회의에서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을 소개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왔다.

이날 회의에 북한 측 대표로는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다자 안보협의체로, 북한 외에도 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 27개국이 참여한다. 북한은 ARF에 매년 외무상을 참석시켰지만,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개최국 대사를 참석시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화상으로 진행되는 이날 회의에도 지난해에 이어 이선권 외무상이 아닌 안 대사를 참석시키며 한·미와의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ARF를 대남·대미 메시지를 밝히는 창구로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날도 관련 언급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오는 16일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 이후 연합훈련 중단 압박 공세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며 훈련 축소가 아닌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향후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일 아세안 회원국들을 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한다”며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 없이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변수로 꼽힌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 통신선 복원을 포함해 최근 진전되고 있는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한 아세안 차원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