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사퇴 37일 만에 대선출마 선언

'마음껏 대한민국' 청사진
자유·자율·혁신·창의가 국정기본
젊은이의 좌절, 희망으로 바꿀 것

文정부·여권에 '직격탄'
'월성1호기 폐쇄' 文대통령도 책임
무너지는 한국 지켜만 볼수 없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내년 3월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내년 3월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정의가 바로 세워진 나라, 국민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마음껏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6월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지 37일 만이다. 한 달여 만에 국민의힘 입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에 이어 대선 출마 선언까지 마무리한 ‘초고속 행보’다. 이날 최 전 원장은 당내 유력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책적 준비에서는 미흡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文정부 반대로 하면 집값 해결”
최 전 원장은 이날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지긋지긋한 정치 내전을 끝내고, 젊은이들의 좌절을 희망으로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자유와 자율’ ‘혁신과 창의’를 국정 운영의 기본 이념으로 제시했다. 그는 “시장 경제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법과 원칙이 살아 있는 나라,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나라,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고, 내 집도 마련할 수 있는 나라, 우리의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에서 살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균형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기업 활동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기업 규제는 허물겠다는 취지다.

최 전 원장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이념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부동산 지옥을 만들어냈다”며 “이 정부가 한 것과 반대로 하면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양도세 대폭 인하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권력의 단맛에 빠져서 국민 위에 군림했다”며 “정치적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면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분열시키는 데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정치적 목적을 위한 매표성 정책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봤다”며 “국가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의 파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공격과 시장 경제 원리의 훼손을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감사원장에서 사퇴하고 정치에 뛰어든 계기에 대해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대통령 한마디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反)문재인’보다 ‘미래’에 방점
최 전 원장은 이날 출마 선언문에서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월 정치 선언 때 ‘반문(반문재인)’을 강조한 데 비해 최 전 원장은 ‘미래 비전’ 제시에 주안점을 뒀다.

최 전 원장은 출마 선언에서 경제·교육·복지·에너지·외교·안보 등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규제 철폐’ ‘공교육 정상화’ ‘사회안정망 정비’ ‘국가에너지정책 전면 재구축’ ‘강력한 안보와 당당한 외교 추구’ 등을 거론했다. 또 윤 전 총장이 열정적이면서도 다소 직설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 것과 달리 최 전 원장은 차분하면서도 조리 있는 말투로 국민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외롭게 정권 탄압에 맞서고 보수야권의 결집을 이뤄낸 훌륭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분열된 데 저는 부채가 없다”며 윤 전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수사로 당내 반윤(반윤석열) 세력이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한 최 전 원장의 초고속 행보는 ‘범생이’ ‘고리타분’ 등 다소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도 기자들의 정책 관련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전 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미숙한 점을 많이 보였다”며 “조금 더 속력을 내서 기대하는 모습의 정치인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도 부족 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최 전 원장 측은 “5일부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을 시작으로 호남, 충청, 강원, 수도권 등을 돌 예정”이라며 “최 전 원장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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