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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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의당 측은 "국민의힘이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냐. 전형적인 갑질을 하고 있다"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고압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이 대표는 국민의당이 합당 협상에 있어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항변했다.

3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의 합당 최후통첩'에 대한 국민의당 측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당 간의 합당 과정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상호 존중의 자세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자기가 시한을 공개적으로 정해버리는 것은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석열, 최재형이 입당했으니까 제3지대가 소멸됐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중도실용의 정치 노선을 굳건하게 지킨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이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냐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가 시한을 못 박는 데도 그 이유가 본인의 휴가였다"며 "(최후통첩을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정당 간 통합이라고 하는 중요한 정치적 사안을 이야기하면서 본인의 휴가를 결부시킨 것은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이준석 대표가 늘 '할려면 하고 말려면 말아'라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안철수 대표를 두고 '그 상태였으면 대선, 경선에 못 나오니까 합당하면 내가 대선, 경선에 나오게 해줄게' 이런 뉘앙스의 말도 한다"며 "이런 부분이 당원들 자존심을 많이 건드려서 합당에 호의적이었던 분들 사이에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 .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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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은 "이준석 대표가 합당 문제를 빨리 조속하게 풀어보고 싶은 의지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소통과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본다"며 "경선 일정이 촉박하니까 이번 주까지 만나서 합당을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과 '이번 주까지 얘기 안 되면 끝이야' 이렇게 최후통첩하듯이 하는 거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최근에 다시 민주당을 이겼다고 보고 있는 것인데, 열린민주당을 합치면 여전히 게임이 안 된다"며 "우리 당 당원들과 지지자들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그런 말들은 안 했으면 좋겠다. 국민의당이 사실 현재 당세로 봐서 돈과 조직이 없지 무슨 가오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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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국민의당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픈플랫폼을 만들면 합당하겠다', '플러스 통합을 해야 한다' 등 국민의당은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들만의 용어로 반복적으로 시간을 끌려고 한다"며 "국민들은 희한한 단어들을 원하지 않는다. 합당과 만나는 것에 대해 Yes냐 No냐 답하면 된다"고 반격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이 이 대표의 휴가 일정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연 바 있다. 그는 지난 1일 "국민의당은 이제 저한테 왜 휴가를 가냐고 하는데 어질어질하다"며 "역으로 휴가를 안 가면 합당하냐. 합당 의지가 있으면 만나자는 제안부터 받으면 되지, 이제는 개인택시 기사분들과 제가 몇 년 전부터 했던 약속을 버리고 합당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는 국민의당에 대기타고 있어야 하냐"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안 대표가 합당을 위한 만남을 제안한다면 언제든 버선발로 맞을 것이지만 시한은 다음주로 못 박겠다"며 "합당 협상을 오래 지속해 왔고, 길게 끌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양당 간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이 대표가 시한을 두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