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북 성주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발사대를 점검하는 모습./ 뉴스1

지난 5월 경북 성주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발사대를 점검하는 모습./ 뉴스1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추진할 때 중국 측 인사가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나는 ‘미안하지만 당신은 그럴 권한이 없다’고 말해줬다.”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동맹 평화 콘퍼런스’에서 ‘사드 배치로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을 당할 때 미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며 한 말입니다. 중국을 ‘미국이 직면한 최대 도전’으로 규정한 그는 이어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 미국이 중국에 맞서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미국이 한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한다”며 “우리는 한국과 어깨를 걸고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크 램버트 미국 동아태 부차관보(오른쪽)가 지난 22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예방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 램버트 미국 동아태 부차관보(오른쪽)가 지난 22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예방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램버트 부차관보는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당시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맡고 있던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핵심 당사자입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2016년 4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공동 주최 세미나에서도 “중국 측에 사드에 장착된 탐지레이더가 신장(위구르 자치구)이 아니라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중국 관리들은 미국 전문가들과 만나 사드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한국通'들의 연이은 '사드 보복' 비판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2018년 8월 재임 시절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2018년 8월 재임 시절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전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비판은 램버트 부차관보의 ‘작심 발언’ 다음 날 또 나왔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9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올린 ‘북한과의 일괄 타결’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미가 가까워질수록 중국의 괴롭힘(bullying)이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며 중국의 사드 보복을 거론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중국은 종종 자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압박을 활용해왔다”며 “사드 배치 당시 영향을 받은 산업 영역은 사드 배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대기업부터 관광산업과 K팝에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계속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려 시도할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안보 동맹을 넘어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맞설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기고문에서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국 대선 기간 중 반미(反美)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동맹은 한국 대선 캠페인 도중이나, 끝나고 나서나 연속성을 유지해야만 한다”며 “한국 정당들이 적극적으로 상대 정당과 반대되는 입장을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포퓰리스트 후보들이 반미(反美)·반동맹 정치의 기반을 차지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트럼프-문재인 시기의 동맹 약화의 핵심 원인은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가 방위를 정치화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이러한 포퓰리즘적 정책들을 수용했다”고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똑같이 중국의 사드 보복을 상기하며 한국의 대중 견제 노선 참여를 촉구했지만 램버트 부차관보와는 구체 내용에 있어서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미국은 한·일이 협력하지 않을 때 덜 안전하고, 한·일도 협력하지 않을 때 덜 안전하다”며 “한·일 양국이 원한다면 미국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이어 “20세기에 일어난 만행은 있는 그대로”라며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그런 것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 다루되, 21세기에 그 나라들이 협력할 수 있는 것들로 또 다른 바구니를 채우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中 "美, 우리를 적으로 만들어"
미·중 패권 경쟁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 정반대로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미 해군 7함대는 지난 28일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벤폴드함이 ‘통상적으로’ 대만해협을 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7함대는 “이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날아가고 항해하고 작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지난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7번째로 한 달에 한 번 꼴입니다. 중국은 대만을 ‘미수복 영토’이자 통일의 대상으로 여기는데, 미국이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 직후 바로 이를 무시한 것입니다.

양국은 회담 전부터 회담 카운터파트의 ‘격’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여왔습니다. 셔먼 부장관이 아시아 순방에 나서기 전 발표한 일정에서 당초 예상됐던 중국 방문 일정이 빠져있었는데 이게 중국이 셔먼 부장관의 회담 상대로 외교부 서열 5위 인사를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결국 셔먼 부장관은 한국·일본·몽골 순방 직후 중국을 방문해 외교부 서열 1위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과 회담했습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26일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면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26일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면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현재 미중 관계는 심각한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대립과 갈등으로 갈지 관계 개선을 현실할지에 대해 미국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현대화 추구는 그어떤 세력이나 국가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의 주권이나 영토보전 권리를 훼손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 등의 문제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니고 대만은 중국 영토라고 역설한 것입니다.

‘강대강’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요. 셔먼 부장관은 왕 장관에 맞서 중국이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신장 위구르에서 대량 학살과 반인륜 범죄를 계속하고 있다고 직격했고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2차 조사 불허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와 군의 핵심 인사는 톈진에서의 미·중 고위급 충돌 직후 연일 2016년 사드 보복을 상기시켰습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도 양국이 충돌할 때마다 한국을 매개로 서로를 비판하는 일이 계속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5년 전 중국의 사드 보복은 미·중 갈등 사이에서 한국이 큰 피해를 본 첫번째 사건이자 한국이 양국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계기입니다. 한국이 남북한 관계까지 얽혀있는 이러한 외교 ‘고차방정식’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섭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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