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장(오른쪽)이 지난 6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박완주 정책위원회 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장(오른쪽)이 지난 6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박완주 정책위원회 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주택 보유자에게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다분히 ‘세금 폭탄’을 우려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집에 장기간 살아온 1주택자의 예상 양도차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신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억제 기조에 따라 기존 방침대로 신규 주택 취득자에 대해서는 양도차익 공제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주택 매수 대기자인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는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제 축소에 장기보유 세부담 ‘껑충’

민주당이 마련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나누고,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현재 최대 40%에서 10%로 30%포인트 축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개정안을 준비한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은 국회 통과 즉시 효력을 발휘 한다”며 “이달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유·거주기간이 10년 이상인 1주택자는 주택을 매도할 경우 양도차익 규모와 상관 없이 기존대로 40%씩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을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 후 주택을 새로 매입한 1주택자는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같은 조건이어도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다. 양도차익이 5억원 이하면 현행대로 최대 80% 공제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5억원을 초과하면 구간별로 30%, 20%, 10%로 각각 공제율이 달라진다.

10년 전 서울 아파트를 매입해 거주해온 1주택자인 A씨가 아파트 매도 시 얻는 차익이 기타 필요 경비 등을 모두 감안해 10억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A씨는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거주기간 공제율 최대 40%와 보유기간 공제율 최대 40%를 합쳐 총 80%의 양도차익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2억원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개정안이 통과된 뒤 똑같은 조건의 신규 주택 취득자는 기존보다 25% 늘어난 양도차익 2억50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양도차익 5억원에는 80%(거주 40%+보유 40%), 나머지 5억원에는 70%(거주 40%+보유 30%)의 공제율이 각각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조건도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지는 다주택자가 주택 한 채를 남기고 모두 팔아 1주택자가 되면 남은 1주택의 거주 및 보유기간에 따라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다주택자로 있던 기간은 고려하지 않고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시 계산하도록 했다. 또 1주택이 된 후 3년 이내 주택을 팔 경우에는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개정안은 당초 방침대로 양도세 감면 기준선인 ‘고가주택’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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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신규 구입자는 양도세 부담 증가

장기보유특별공제는 한집에서 오래 거주·보유할 경우 매도 시 양도차익에 따른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취지로 2009년 처음 도입됐다. 주택을 오래 보유할수록 주택 가격에 반영되는 물가 상승분에 따른 공제가 필요하다는 요구 때문이다. 한집에 오래 살면서 집값이 계속 올라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나중에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집으로 이사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투기 목적으로 빈번하게 집을 사고파는 것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대패한 이후 민주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꾸려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에 주목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 등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양도세 부담을 완화하려고 했지만, ‘부자 감세는 절대 안 된다’는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는 이런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고가주택 세부담 강화’ 카드로 활용된 측면이 크다. 민주당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못박으면서 “똘똘한 한 채 억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여당이 의도한 바가 부동산시장에서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높이더라도 공제 축소로 인해 고가 주택은 거래비용이 늘게 된다”며 “시장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전혀 잡히지 않고 거래비용 증가로 매물 잠김 현상만 심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규 주택 구입자에 대해 공제 축소를 강행하기로 한 것을 놓고 “향후 주택을 구매할 청년층 등에 대한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갈피를 못 잡고 쉽게 철회·번복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요건을 빼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택 임대사업자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5월 모든 민간 매입임대의 신규 등록 폐지 방안을 내놓았다가 사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