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이대녀 'MZ 표심 불똥튈라' 정치권 촉각
"풍자 통해 기득권에 저항" vs "인권 말살은 자유 아냐"

'표현의 자유' 논란이 정치권에 재소환됐다.

지극히 원론적이면서도 대선정국에서는 자못 휘발성 있는 이슈다.

상대 진영을 겨냥한 검증 내지 네거티브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2017년 1월에도 당시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전시돼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표 전 의원은 블랙리스트 피해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도움을 줬다고 했지만, 6개월 당직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이른바 '쥴리 벽화'가 발단이 됐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외벽에 벽화가 등장하자, 보수 유튜버들은 벽화를 차량으로 가린 채 항의했고 야권도 맹비난을 가했다.

여권 성향 시민들은 '지지방문'으로 맞서기도 했다.

정치권이 이번 벽화 논란에 주목하는 것은 MZ세대(20·30대)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페미니즘 이슈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대남'과 '이대녀'의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페미니즘 논란이 뒤엉킨 구조에서 어느 진영으로 불똥이 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섣불리 건드리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이 애초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도 결국 비판 대열에 합류한 것도 '진영 논리에 따라 여성 혐오를 방관한다'는 역풍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에 페미 뇌관까지 터트린 '쥴리 벽화'
표현의 자유와 인격 보호의 무게중심에 따라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신의 자유가 타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기면 곤란하다"며 "어떤 게 진실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다양한 해석만이 난무해 피해가 생기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은 검증이라는 구실 아래 행해지는 맹목적인 비방을 경계하는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편에는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약을 받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예술의 성격 중 하나인 기득권을 향한 풍자 등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사생활이나 성적인 문제로만 들여다보는 것은 (사안의) 한쪽 면만을 보는 것"이라며 "대중이 왜 불만을 느끼고 저항하는지를 외면한다면 정치도 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