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규제 가능성에 관한 부처 간 협의가 덜 됐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상임위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공정위가 중복규제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진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상임위 간사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부의장은 “원래 구글이 오는 9월 말부터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자사 결제시스템(인앱결제)을 쓰도록 강제하겠다고 해서 상임위 논의가 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도입 시한이 내년 3월 말로 미뤄져서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공정위 얘기도 좀 더 들어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9월 30일부터 인앱결제를 강제 도입할 방침이었지만 최근 신청기업에 한해 내년 3월 31일까지 도입을 미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인앱결제 등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앱 마켓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중복 규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20일 과방위에 출석해 “규제 주체로 방통위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권에서는 공정위가 반대의견을 냈음에도 개정안이 과방위를 통과하자 이번에는 민주당 정책위를 움직여 실력저지에 나선 것으로 관측했다. 과방위 소속인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공정위 의견을 충분히 들었고 중복규제가 우려되는 조항은 빠졌다”며 “8월 중 법사위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고 당 차원의 연기나 유보는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 대변인은 “그럼에도 계속 중복규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상임위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며 “과방위에서 1년이나 논의했고 안건조정위원회까지 열어 통과시켰는데 이제 와서 뒤집는 건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는 공정위의 문제제기에 반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그동안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갑질에 손을 놓고 있었다”며 “이제 와서 다른 부처에 ‘규제 밥그릇’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형주/김주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