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반도 정세변화 당시 외교패턴 반복…2000년에도 유사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외면했던 남한과 관계 개선에 나선 데 이어 대중국 친선 행보를 재차 과시해 미국과 대화에도 나설지 주목된다.

한반도 정세 변화를 위한 본격적인 외교활동에 앞서 남북 및 북중관계를 다지는 그동안의 북한 외교패턴이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南과 관계 풀고 中과 친선 다지고…대미외교에도 나설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맞아 28일 북중 우의탑을 참배하고 "(중국과) 혈연적 유대를 대를 이어 계승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김 위원장의 북중 혈맹 과시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번 우의탑 헌화는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우의탑을 참배한 것은 2019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때 함께 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우의탑 참배가 흔치 않은데다 올해 정전협정 체결일이 꺾어지는 해(매 5, 10주년)도 아니어서 눈길을 끄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허난성 등지에서 홍수피해가 발생하자 시 주석에게 이례적으로 위로의 뜻을 전하는 구두친서를 전하기도 했다.

또 북한은 정전협정 기념일인 지난 27일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간 통신연락선을 13개월 만에 복원했다.

남북이 합의한 것이지만, 그동안 북한이 남측에 불만이 있으면 연락 채널부터 끊었다가 관계 개선이 필요하면 다시 먼저 복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역시 선제적으로 관계를 풀어보려는 의지가 읽힌다.

북한은 이번 통신연락선 복원이 남북 정상의 최근 여러 차례 친서 교환의 결과물이라며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서 가중된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위기에 몰린 북한이 등을 돌렸던 남측에 다시 손을 내밀고 북중 혈맹을 재차 다지는 모습은 2018년 미국과 정상회담에 나서던 북한의 외교행보를 연상케 한다.

김정은, 南과 관계 풀고 中과 친선 다지고…대미외교에도 나설까

김 위원장은 2017년 말까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정세가 악화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대폭 강화되자 2018년 1월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및 대화 용의를 피력했다.

남북관계가 해빙모드에 들어간 가운데 김 위원장은 3월에 먼저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껄끄러웠던 관계를 단번에 해소한 뒤 4월에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남측과 먼저 관계를 풀고 중국과 밀착을 다진 김정은 위원장은 같은 해 6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꿈을 이뤘다.

남북 및 북중관계를 돈독히 한 후 미국과 대화를 꾀하고 유리한 대외환경을 조성하면서 국면 전환에 나선 셈이다.

이런 과정은 사실상 북한의 외교패턴으로 평가된다.

2000년에도 북한은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먼저 5월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고 6월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10월 김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당시 2인자인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며 북미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전례가 있다.

결국 이런 패턴이 최근 북한의 변화된 행보와 맞물려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외교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과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최근 행보가 계획된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고 남북관계 진전을 환영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결심만 한다면 언제든지 대화 재개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김정은, 南과 관계 풀고 中과 친선 다지고…대미외교에도 나설까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북한과의 소통과 대화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남북 및 북중관계를 먼저 다지며 미국과 대화에 나설 준비를 할 수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당장 대면 외교가 시작되기보다는 뉴욕채널을 통한 의견 교환이나 남측을 통해 대미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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