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26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 선포 및 협약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26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 선포 및 협약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백제 발언’과 관련한 인터뷰 녹음 파일을 26일 공개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지역감정을 조장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하자 역공에 나선 것이다. 당 지도부는 네거티브 공방이 지역주의 논란으로 확대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 지사는 이날 SNS에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이낙연 후보님 측 주장이 흑색선전인지 아닌지 직접 들으시고 판단해달라”며 1분6초 분량의 인터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6일 광주 대인동 김냇과 카페에서 열린 ‘MZ세대 사무직노조’ 간담회에서 명함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6일 광주 대인동 김냇과 카페에서 열린 ‘MZ세대 사무직노조’ 간담회에서 명함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녹음 파일에서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경기도에 오셨을 때 제가 진심으로 ‘잘 준비하셔서 대선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때는 (이 전 대표) 지지율이 고르게 잘 나올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는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다. 충청과 손을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보니 이 전 대표는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었다”며 “‘이분이 나가서 이길 수 있겠다. 이긴다면 이건 역사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이분이 이기는 게 낫다’ 이렇게 실제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 측 주장에 대해 “많은 정치인이 신문을 보고 비판했는데, 그러면 비판한 정치인들이 모두 바보거나 그렇게 보도한 신문이 바보인가”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이 지사가 녹음 파일 공개라는 ‘강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지사가 녹음 파일을 공개한 뒤 이 전 대표는 “그 문제(백제 발언)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겠다”면서도 “지역주의를 소환할 수 있는 그 어떤 언동도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여운을 남겼다.

민주당 적통 논쟁으로 시작한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진실 공방, 영호남 지역주의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자 당 지도부는 자제를 촉구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백제 발언 충돌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노무현·문재인 시기를 거치며 최소한 민주당에서는 지역주의의 강을 건넜다”며 “다시 지역주의의 강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도 이날 각 캠프 총괄선대본부장들과 연석회의를 소집해 “선을 넘은 볼썽사나운 상호 공방을 즉각 멈춰달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지역주의 논란은 그 경위가 어떻든 간에 그 상호 공방 자체만으로도 매우 퇴행적”이라고 했다.

두 후보는 민주당이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여야 합의안을 놓고도 다시 격돌했다. 이 지사는 이날 “당에 법사위 양보 재고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합의안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야 간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