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점령군·백제…與 경선판 뒤흔드는 '이재명의 입'

'바지'부터 '영남 역차별'에, '백제' 소환까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입'이 경선판을 공방의 장으로 달구는 변수로 떠오른 모양새다.

추격자들의 공격이 집중되는 것은 선두 주자의 숙명이지만, 경쟁 진영 쪽에서는 이 지사가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 '바지' 발언이 신호탄…발언 공방 이어져
그간 이 지사의 발언이 주자간 네거티브전으로 비화한 것만 해도 여러 차례다.

우선 예비경선판을 뒤흔든 '바지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예비경선 TV토론에서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고 "제가 혹시 바지를 한번 더 내릴까요"라고 했다가 논란을 빚고 다음 토론에서 "지나쳤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고향인 안동에 가서는 '영남 역차별', '점령군' 발언을 했다가 당내 경쟁자는 물론 야권으로부터도 거센 공격을 받았다.

이 지사는 이달 1일 안동 유림들과 만나 "과거 한때 군사 독재정권이 지배 전략으로 영·호남을 분할해 차별했을 때 어쩌면 상대적으로 영남이 혜택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세상도, 정치구조도 바뀌었다.

오히려 영남 지역이 역차별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경쟁자들은 '망국적 지역주의 망령'(이낙연), '차별적 발상'(정세균)이라고 몰아세웠고, 이 지사는 '의도적 왜곡'이라면서 '수도권에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지사는 같은 날 이육사문학관에선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美) 점령군과 합작했다"는 발언으로 또 다른 역풍을 불렀다.

지난 15일엔 재정당국이 민주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론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날치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튿날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엔 '백제'가 소환됐다.

이 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낙연 대세론' 당시 이낙연 후보의 승리를 기원했다면서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며 "지형이 바뀌었다",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가 곧바로 '호남 불가론' 프레임을 걸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경선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지역주의가 경선판의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바지·점령군·백제…與 경선판 뒤흔드는 '이재명의 입'

◇ '사이다' 본능?…李측 "예방주사 맞는 중"
이 지사의 튀는 발언들은 예비경선 전 1등 주자로서 방어 위주의 '국밥' 모드를 유지하다가 특유의 공격력 있는 '사이다'로 원위치한 것과 맞물린 측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 표심 이탈 우려도 나온다.

'바지' 발언으로는 20대와 여성이, '영남 역차별' 및 '백제' 발언으론 호남 표심이, '날치기' 발언으론 중도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이 지사 최대의 적은 '사이다 본능'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원한 사이다의 그림자 아니겠느냐"며 "경쟁자들의 공격이 집중되는 위기 상황엔 특유의 스타일이 발현되기 마련"이라고 평했다.

이 지사 캠프 내부에서도 '1대 다(多)' 구도로 공격이 집중되는 국면 속에 메시지 발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건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 캠프 핵심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직선적이고 돌려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 강점이지만 상대편이 있는 정치의 장에선 꼬투리가 잡힐 수 있다"며 "지금은 일종의 예방주사를 맞는 중으로, 투박함을 다듬으며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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