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 집회를 열었다고 지난해 6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모습./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 집회를 열었다고 지난해 6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모습./ 연합뉴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중국이 탈북민 50명을 강제 북송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앞서 영국 의회와 미국 국무부가 이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한 가운데 국제적인 논란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리나 윤 HRW 선임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50명에 달하는 탈북 난민들이 지난주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로 북송됐다”며 “이들은 북한 주민들이 끔찍한 인권 상황을 견디지 못해 중국으로 탈출하는 것을 막으려는 중국 정부 노력의 가장 최근 희생양”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정부는 주기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불법 이민자’로 규정하고 1986년 북·중 경계조약에 따라 이들을 강제로 송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4일 중국 정부가 선양수용소에 1~2년 가량 수감돼있던 50명의 탈북자들을 단둥 국경 세관을 거쳐 북송했다는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탈북자들을 버스 두 대에 나눠 실었고 세관 주변에서 경계를 서며 북송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게 했다. 북한과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등을 위해 닫혀 있던 국경을 이날 하루 열고 탈북자들을 북송하는 대신 북한에 머물고 있던 화교와 주북 무역대표부 관계자 등 98명을 중국으로 보냈다.

이번 탈북자 강제북송 사태에 대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인권단체인 HRW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RW은 이번 성명을 윤 선임연구원의 명의로 된 공문 형태로 공식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윤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1967년 난민 지위와 관련한 의정서, 유엔 고문방지협약의 일원으로서 어느 누구도 처형과 고문의 위험이 있는 곳으로 강제 송환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 정부가 1200여명의 탈북자들을 구금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윤 선임연구원은 “휴먼라이츠워치가 현지 소식통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소 1170명의 북한 주민들을 구금하고 있다”며 “지린성 창춘에 범죄 혐의가 있는 450명의 북한 주민들은 형을 마치는 대로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투먼에 325명, 장바이에 47명, 린장에 104명, 단둥에 180명, 64명이 선양에 구금돼있다”고 덧붙였다.

주요국에서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강제로 북송되는 탈북민들은 일반적으로 고문, 자의적 구금, 즉결 처형, 강제 낙태 및 기타 성폭력에 노출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50여명의 북한 주민들이 강제로 송환됐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의회에서도 강제 북송의 주체인 중국에 대한 비판과 강제 북송 사태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영국 의회의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모임(APPG NK)’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고 “영국이 주영 중국대사와 주영 한국대사와 대화를 갖고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이들 문제를 제기해 이러한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추방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기를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사태에 대해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다. 통일부는 23일 이번 강제북송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확인해 드릴 사항이 없다”며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민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