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샅바싸움 끝 中외교부 수장-美국무부 2인자 대좌
첨예하고 다각적 미중 갈등 속 치열한 논쟁 예고
격식보다 실질?…급 다른 왕이-셔먼 '톈진 담판' 주목
미국 국무부의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이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한다고 미 측이 발표함에 따라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만, 남중국해, 홍콩, 신장위구르, 해킹, 코로나19 기원 논쟁 등 뜨거운 갈등 현안들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작금의 미중관계 속에 올 1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미중 '패권 경쟁' 시대로 접어든 상황임을 감안할 때 외교부처 최고위급 인사들 간의 회동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이 대외관계에서 즐겨 쓰는 성어인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의 시각에서 갈등 현안을 둘러싼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협력의 명분이 큰 북핵, 이란 핵 문제 등에서 조금이라도 의견 접근을 볼 수 있다면 의미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논의 결과에 따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 간의 회담, 더 나아가 10월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해 보인다.

이번에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왕이-셔먼의 매치업과, 회동 장소가 톈진(天津)이라는 점이다.

애초 미 국무부가 지난 15일 셔먼 부장관의 한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 국가 방문을 발표하면서 중국은 뺐던 것은 셔먼의 파트너로 중국이 외교부 서열 5위인 셰펑(謝鋒) 부부장을 내세우는 등 '격'을 맞추려 하지 않아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방문 일정이 확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당초 미국은 수석 부부장인 러위청(樂玉成) 부부장이 셔먼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올 것을 희망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미 국무부 발표로는 러 부부장의 상급자이자, 부총리급인 국무위원을 겸임하는 왕이 부장이 나서는 것으로 돼 있다.

외교 베테랑인 셔먼 부장관이 바이든 행정부 외교 핵심 의제들에서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중국 입장에선 의전 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책임있는 당국자 간에 실질적인 대화를 하는 쪽을 택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톈진이라는 장소 역시 흥미롭다.

현재 중국은 외국에서 베이징으로 입국하는 사람에게 3주 '시설격리'를 시키는 등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고도의 방역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베이징 밖에서 만나는 것은 우선 코로나 영향에 따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의전 면에서 중국 외교부장이 수도 베이징에서 미국의 한단계 낮은 상대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결국 베이징에서 100여km 떨어진 톈진에서 비공식 회동의 형식으로 만남으로써 '저자세' 논란 소지를 줄이는 동시에 보다 내용 있는 대화를 하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국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중국 외교부에 상무(常務) 부부장(수석 부부장)이 있음에도 (수장인) 왕이 부장이 셔먼 부장관의 대화 상대로 나간다는 것은 중국이 이번 논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라며 "형식을 따질 상황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격식보다 실질?…급 다른 왕이-셔먼 '톈진 담판' 주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