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 ‘2·28 민주의거기념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 ‘2·28 민주의거기념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 선언 4주차인 윤 전 총장이 ‘하락세냐 반등이냐’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작 윤 전 총장은 국면 전환을 꾀하기보다 ‘제3지대 행보’를 연일 이어나가는 등 ‘내 할 일을 하겠다’는 태도다.

윤 전 총장은 20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았다. 그는 ‘2·28 대구의거기념탑’을 찾아 참배한 뒤 “4·19 혁명은 2·28 대구 의거에서 시작돼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이어진 일련의 국민 혁명이고, 민주화 운동의 시작이 바로 이곳”이라며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 대구·경북(TK)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28 대구 의거, 5·18 광주 민주화운동, 6·10 항쟁 등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국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기억하는 데서 통합과 대타협, 상생과 협력이 생겨날 수 있다”며 모든 진영 지지자를 아우르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우리가 존경할 만한 부분이 다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 어려운 결단을 잘 내린 것도 많다”며 공무원 연금 제도 개혁을 거론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사면은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국민 통합에 필요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많은 국민께서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데 저 역시 그 심정에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데 대해 “검사로서 형사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서 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지역에서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소추를 했던 것에 섭섭하거나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마음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또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당장 입당보다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직업군, 계층, 연령층의 국민을 만나고 직접 얘기를 듣는 스킨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리고 있다. 최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19.7%를 기록했다. 한때 40% 안팎을 넘나들던 그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사에서 27.1%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크게 뒤졌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지율 하락세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독자 행보 속 ‘말실수 리스크’도 감지된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주 52시간 근로제의 병폐를 강조하며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행적 인식’이라는 여권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정치적 왜곡”이라며 “120시간을 일 시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노사 합의를 통해 변형할 수 있는 예외를 두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행보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제3정당 출신 전 국회의원은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지지율 하락일 뿐 중도층 공략이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