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물 뿌리고, 그늘막 설치…승강장에 에어커튼도
선별진료소에는 실외형 에어컨, 버스정류장에 얼음물
열돔 현상에 '압력솥'에 든 전국…지자체마다 더위와 전쟁
전국적으로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더위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각 자치단체는 열돔 현상(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더운 공기를 가두는 압력솥 뚜껑 같은 역할을 하면서 기온을 계속 끌어올리는 현상)에 따른 환자 발생을 막고 도심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다양한 묘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물놀이장, 바닥분수 등 체험형 수경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더위를 식히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선별진료소 업무가 가중되는 가운데 방역복을 입은 근무자와 땡볕에서 대기하는 피검사자들은 힘겹기만 하다.

열돔 현상에 '압력솥'에 든 전국…지자체마다 더위와 전쟁
◇ 1도라도 낮게…그늘막 설치하고, 물뿌리고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합성어)로 알려진 대구에서는 지난 5월부터 도심 곳곳에 설치한 수경시설 143곳을 조기 가동했다.

대구시는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도심 211곳에 그늘막을 설치한다.

지난해에는 135곳에 그늘막을 설치한 바 있다.

경북 안동시는 지난 19일부터 살수차 5대로 시내 간선도로에 오전 1차례, 오후 2차례 물을 뿌리고 있고, 영천시는 고령층 이용이 많은 공설시장 주변 정류장 5곳에 얼음이 든 상자를 두고 하루에 생수 40∼50병씩을 더위가 사라질 때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올해 그늘막이나 그늘나무 등 생활밀착형 폭염 저감 시설 1천331곳을 새로 설치했다.

광주광역시는 폭염에 달아오른 도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폭염특보 발령 시 도심에 살수차 28대, 50개 노선을 운영한다.

극락교∼송정역, 문화전당역∼금남로4가 구간에는 도로 살수장치(클린로드 시스템)를 설치해 가동한다.

또 교차로·횡단보도 등 424곳에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파라솔 형태 그늘막을 설치했다.

충북 청주시는 유동 인구가 많은 시내 주요 횡단보도에 고정식 그늘막 174개, 스마트 그늘막 5개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또 시내버스 승강장에 찬 바람이 나오는 에어커튼, 냉난방기를 설치해 시민들이 폭염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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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약계층 피해 막아라…정기적으로 안부 확인
경기도는 노인과 노숙인, 건설노동자 등 폭염취약계층을 상대로 맞춤형 집중관리제를 실시한다.

폭염이 이어지면 안부 전화 등을 해 건강을 확인하고 노숙인 밀집지역 순찰, 건설노동자 무더위 휴식 시간제 운용 권고 등 폭염대비 보호활동을 벌인다.

또 냉방시설 이용이 어려운 노인 등 5만여명에게 15억2천여만원을 들여 냉방용품(콜매트, 쿨조끼)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 안동시도 재난도우미 1천313명을 투입해 폭염 취약계층에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독거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시민이 쉴 수 있도록 동네에서 가까운 경로당, 동 행정복지센터 등 무더위쉼터를 1천500곳으로 확대하고 냉방비 3억원을 지원했다.

또 사회복지사, 방문간호사, 자율방재단 등 폭염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하는 2천240여명의 재난 도우미를 운영하고, 자치구와 협조해 취약계층에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폭염행동요령, 응급처치요령 등 교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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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별검사소 어쩌나…폭염에 의료진도 검사자도 힘겨워
20일 오전 10시 경기도 오산스포츠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는 의료진이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신 방역복에 투명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으면 10분이 채 안 돼 온몸이 땀에 젖는다.

아이스팩을 넣은 쿨링 조끼도 무더위에 금방 녹아버려 무용지물이 된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씩 전신 방역복을 착용하고 있다 보면 목욕탕에 들어가 있다 나온 것처럼 온몸에 수분이 빠져 손끝 발끝은 쪼그라들어 있다.

의료진은 이동식 에어컨 송풍구에서 나오는 차가운 바람에 의지해 살인적인 더위를 버텨야 한다.

현장 파견 간호사 이가빈 씨는 "전신 방역복을 착용하고 의자에 앉아 있으면 등부터 엉덩이 다리까지 의자에 부착된 부위로 땀이 줄줄 흐른다"며 "그나마 에어컨 송풍구에 머리를 대고 잠시라도 식히면서 검사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다수 임시 선별검사소는 공공시설 주차장에 임시로 설치돼 있어 샤워실과 같은 편의 시설이 없다.

이로 인해 의료진은 온종일 땀에 젖은 옷을 입은 상태로 일하는 상황이다.

열돔 현상에 '압력솥'에 든 전국…지자체마다 더위와 전쟁
경기도는 백신접종센터 실외 대기자를 위해 대형선풍기와 얼음물, 부채 등을 제공한다.

경북 안동시도 실내체육관 주변 백신접종센터에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이 폭염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막 4곳과 이동식 에어컨 4대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선제적이고 세심한 폭염 종합대책으로 올여름 지역민들을 폭염 재난에서 지키겠다"고 말했다.

(천경환 장아름 최해민 이강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