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6일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사이버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6일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사이버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결국 청와대는 북한의 소행을 두고도 말 한 마디 못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SNS에 청와대 보도자료와 관련해 "개인정보가 털리고 무기정보가 털려도 화 한번 못내고 끙끙 앓는 허약한 대한민국이 된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하 의원은 "북한이 우습게 볼만 하다"며 "그러니까 모조리 털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사이버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최근 주요 사이버위협 실태 및 대응체계를 긴급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사이버 워킹그룹’을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알렸습니다. 서 실장은 “랜섬웨어 공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사이버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정부기관이 대비 체계를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 실장은 국내 주요 국책연구원이 최근 북한의 조직적인 해킹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해킹 공격에 12일간이나 노출됐고,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도 북한의 표적이 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청와대 발표내용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을 다룬 것으로 누구나 해석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보도자료에 '북한'이라는 단어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을 하태경 의원이 지적한 것입니다.

하 의원은 "북한은 정보의 바다에서 노략을 일삼는 해적과 다름 없다"며 "해적을 소탕하려면 국제 공조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러려면 사이버범죄협약, 일명 '부다페스트협약'에 가입해 북한의 공공연한 사이버테러 행위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 보도자료에 굳이 북한을 '해적'이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왜 한·미 사이버 워킹그룹을 가동시키는지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준의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정말 '화 한번 못내고 끙끙 앓는 허약한 대한민국'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라도 청와대가 명확히 설명을 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