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권 주자들이 두 자릿수로 난립하면서 저마다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브랜드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선 예비후보 등록 나흘째인 15일 현재 국민의힘 등 범보수 야권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주자군만 15명을 넘어선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최근 자신의 이름 머리글자에서 따온 'JP 마케팅'을 시작했다.

3김 시대 이후 유력 정치인들처럼 거물급 인사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쉽게 불리려는 취지로 보인다.

영어 이니셜 별칭은 직책을 붙이지 않아도 돼 간결하고 친근감이 드는 게 특징이다.

역대 대통령 또는 그에 버금가는 정치적 입지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정치인들이 누리는 일종의 '특권'처럼 여겨진 측면도 있다.

JP·핫태·J형…野, 주자난립에 '브랜드 만들기' 붐
김영삼 전 대통령(YS), 김대중 전 대통령(DJ),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에서 시작된 '약칭 계보'는 정동영(DY),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명박 전 대통령(MB),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MJ) 등으로 이어졌다.

홍 의원의 이러한 시도에는 '대권 재수생'으로서 지난 2017년 대선 때 '홍카콜라'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지난 9일부터는 'JP의 희망편지'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공약이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내 이른바 '개혁보수파'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희망'을 공통 분모로 삼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운을 맞춰 대비를 이루는 전략이다.

지지모임 '희망22 동행포럼'(유승민), '희망오름'(원희룡) 이름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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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은 대선 출마 전부터 SNS 게시물 등에서 '하태핫태'라는 머리말을 사용해왔다.

본인의 이름 앞 두 글자를 뗀 '하태'에다가, 인기가 있다는 의미를 축약한 '핫태(HOT 하다)'를 붙여 만든 조어로 보인다.

온라인 소통에 활발한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SNS 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스스로를 '석열이 형'으로 칭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뜬 '엉덩이탐정' 캐릭터를 차용하기도 했다.

후발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J형'이라는 별칭을 만들었다.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개설된 공보용 단체 채팅방의 이름도 'J형의 프레스 프렌들리'로 지었다.

이선희의 'J에게', 나훈아의 '테스형' 등 유명 대중가수 노래 제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농담 섞인 해석이 제기됐다.

궁극적으로 두 사람 모두 율사 출신 특유의 엄숙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유권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나름의 '탈권위' 시도로 해석된다.

JP·핫태·J형…野, 주자난립에 '브랜드 만들기' 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