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식 입장 아냐"…시 내부선 "오 시장에 부담" 비판도
"방역실패 대통령 탓"→"사견일 뿐" 말바꾼 서울시 부시장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14일 방역 실패 책임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공식 배포했다가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말을 바꿔 물의를 빚었다.

김 부시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물로,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이뤄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 대표의 '서울시 공동경영' 약속에 따라 지난 4월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임명됐다.

김 부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 기자단에 배포한 글에서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일제히 4차 대유행에 대한 서울시 방역책임론을 들고 나왔다"며 "우리 국민은 코로나 방역 실패로 한 번 죽고, 방역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고 국민을 갈라치는 거짓과 음모에 의해 두 번 죽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 확산 조짐을 보이는데도 거리두기 완화, 소비진작 등 섣부른 방안을 내놓은 것은 누구입니까"라며 "그동안 대통령께서 무지와 무능도 모자라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인다' '백신 수급이 원활하다'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다'면서 긴장의 끈마저 놓았을 때마다 대유행이 반복된 게 사실 아닙니까"라고 문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방역실패 대통령 탓"→"사견일 뿐" 말바꾼 서울시 부시장
그러나 그는 1시간 반 뒤에 이 글이 "사견임을 전제한 것"이라며 "시 내부의 정리된 입장이 아닌 개인적 의견임을 감안해 주시기 바란다"고 기자단에 알려 왔다.

또 "서울시 책임론이 커지고 있어 뭔가 의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다소 센 발언도 있어 시장님 스탠스(입장)에 부담을 준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김 부시장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시 안팎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방역 실패의 책임을 전가한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 다시 그 책임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가 적절치 않을뿐더러, 방역의 한 축인 서울시의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서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하루 최다 기록을 쓴 엄중한 시기에 서울시 핵심 인사가 방역에 매진하기보다 정쟁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은 시민들에게 피로감만 더할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 역시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김 부시장의 글은 오 시장의 의중과 전혀 다르고 시 공식 입장도 아닌 사견일 뿐"이라며 "오 시장은 지금 누구 탓을 할 때가 아니며 대통령과 방역 회의까지 한 책임자로서 방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의 다른 관계자 역시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때"라며 "코로나19가 날로 심각해지는 이 시기에 김 부시장의 발언은 오 시장에게 부담을 줄 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