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피해자 폭로·국민청원도 올려…"구속 전까지 지속적 협박 시달려"
"군사경찰도 부실수사…협박 피해 호소에 '관여할 권리 없다' 답변"
"육군 장교가 강간·영상유포 협박"…군, 두달만에 '늑장구속'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군의 성범죄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엔 연인이던 육군 장교에 의해 강간 등을 당했으며 사건을 수사한 군사경찰이 2차 가해 호소를 사실상 외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군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직접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가해자를 늑장 구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이 민간인이자 피해 당사자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린 글에서 "육군 장교인 B중위에게 강간상해·리벤지 포르노(연인 간 보복성 음란물 유포)·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인이던 두 사람은 이사를 위해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차 안에서 다툼이 생겼고, 이후 집에 도착해 B중위가 "(대화를) 거절하자 강제로 입을 맞추고 옷을 벗기려는 행동, 큰 소리를 지르며 때리려고 했다"며 사실상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이를 민간 경찰에 신고했지만, B중위가 '내가 신고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신고했느냐'라며 협박해 두려움에 경찰 신고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육군 장교가 강간·영상유포 협박"…군, 두달만에 '늑장구속'
A씨는 사건 이후 4월 5일 더 심각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또다시 다툼이 생겨 이별 통보를 한 뒤 B중위가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거부하는 자신을 강제로 집까지 끌고 올라갔다고 했다.

A씨는 "그 이후는 강간상해을 당했고 얼굴 및 신체부위를 맞는 등….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B중위가 달아나려는 자신의 목을 조르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영상을 다 뿌릴 거다'라며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당시 피해 이후 찾은 병원에서 '3개월 이상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군 수사기관의 피해자 보호 미흡 및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났다.

당초 민간 경찰에 신고했던 사건은 가해자인 B중위가 군인 신분인 관계로 4월 26일 군사경찰로 이첩됐다.

그러나 군사경찰은 두 달 가까이 B중위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며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B중위가 불구속 수사를 받는 동안 여러 차례 지속적인 연락과 만남 요구 등에 시달려야 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특히 당시 군사경찰 담당 수사관에게도 이런 정황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 군사경찰 담당 수사관은 "수사관이 개인적인 부분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권리도 없고, 관여할 권리도 당연히 없다"고 보냈다.

이에 A씨는 "뭐라도 해달라. 부탁드린다.

(가해자가) 계속 저희집 앞에서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다"라고 답장했다.

A씨는 "(군사경찰) 수사관에게 CCTV 증거가 유력하니 CCTV를 확보해달라고 하였으나 군사경찰은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했다"며 부실수사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건은 6월 8일 군검찰로 송치됐으며, B중위는 같은 달 24일께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으로 사건이 이첩된 지 두 달 만이다.
"육군 장교가 강간·영상유포 협박"…군, 두달만에 '늑장구속'
A씨는 글 말미에서 "공군 중사 사건 당사자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 것 같다"며 "왜 피해자가 숨어 지내야만 하는지…. 제발 똑바로 진실된 수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도 군의 정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전날 청원을 올렸으며, 이날 오후 6시 현재 1만7천여명이 동의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가해자인 B중위는 경북 경산의 모 육군 부대 소속으로 파악됐다.

육군은 당초 12일 해당 게시글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수사 중"이라고 했다가, 최초 보도가 나간 이후 "오늘(12일) 오후 가해자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