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병철·박정천·김정관 등 해임 및 강등…금수산궁전 참배 사진서 확인
비상방역 긴급 대응책 '식량 문제'로 김정은 질책받았을 가능성

북한에서 최근 군부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해임 및 강등된 사실이 확인돼 주목된다.

지난달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상방역의 장기화에 따른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하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며 정치국 상무위원·위원·후보위원 등을 해임했다고 밝힌 이후 8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보도에서 군 인사들의 지위 변경이 드러났다.

당초 북한 권력에서 5위 안에 드는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군 서열 1위였던 리병철은 김 위원장과 함께 참배 대열의 맨 앞줄에 선 다른 상무위원들과 달리 셋째 줄로 밀려났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노동당 비서를 겸임했던 리병철은 군 원수복도 입지 못한 채 정치국 후보위원 겸 당 부장들이 정렬한 사이에 인민복을 입고 자리했다.

지난해 10월 리병철과 함께 군 원수로 승진했던 '군 서열 2위'의 총참모장 박정천도 한 등급 낮은 차수 계급장을 달았고, 위치는 상장(별 세개)계급의 정경택 국가보위상 보다도 밀렸다.

특히 그동안 강등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군 서열 4위 김정관 국방상도 차수에서 대장 계급장을 달고 참배 행사에 참석했다.

군 수뇌부 4인방 중 권영진 총정치국장을 제외하고, 리병철을 필두로 군 고위급 간부들이 줄줄이 '문책성 인사'를 당한 셈이다.

지난해 나란히 군내에서 가장 영예가 높은 '군 원수' 칭호를 받으며 승진 가도를 달리던 리병철과 박정천이 불과 9개월만에 해임·강등되면서 징계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북한 군부에 무슨 일이…수뇌부 줄줄이 강등
징계 배경으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상황에서 급선무로 떠오른 식량난을 시급히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비상방역 과정의 '중대사건'이라고 표현했지만, 확진자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전원회의 결정 이행과정에서 간부들의 태업을 집중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에 앞서 열흘 전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오랜 '봉쇄 방역'으로 식량난이 심각해진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명령'을 내리고 이에 직접 서명했다.

특별명령에는 각 지역의 군부대들에서 군량미를 풀어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전시예비물자인 '2호미'를 풀라는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군부에 무슨 일이…수뇌부 줄줄이 강등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식량난이 가중되자 김 위원장이 군량미라도 풀어 극복하려는 '특단의 대책'을 세운 셈이다.

심지어 김 위원장이 전 주민을 상대로 "현 난국을 반드시 헤칠(헤쳐나갈) 것"이라고 선서까지 했다.

그러나 군이라고 식량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군 고위간부들에게 책임을 물어 줄줄이 처벌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 군 인사 모두 김 위원장의 참배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일각의 주장과 달리 숙청이 아닌 말 그대로 문책성 인사 성격이 강해 보인다.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리병철의 빈자리도 아직 다른 후임이 채워지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정한 시일이 지나면 이들 모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