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방문 >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두 번째)가 2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방문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방문 >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두 번째)가 2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방문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처음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방과 질서 유지에 사용하는 불필요경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국민 삶을 개선하는 지출을 최대한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자신의 공약에 대해 ‘퍼주기’라는 비판을 직접 언급하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비 예산 증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이 지사의 ‘국방비 축소론’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적 대전환 시기…국가 역할 확대”

이 지사는 “한국이 경제적 대전환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며 국가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국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집행해 기업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설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을 위한 인프라 투자 공약과 함께 민간을 위한 대규모 복지 확대 공약도 내놨다. 그는 “경기 성남시장 시절 제한된 자원으로 군입대 장병 전원에게 상해보험을 가입시키고, 청년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저축제도를 시행하고, 청년연금과 면접수당 등 각종 청년 정책을 폈다”며 “550조원이 넘는 중앙정부 예산으로는 이와 같은 정책은 물론 훨씬 많은 특화된 복지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복지 재원과 관련해 국방과 치안 등 필수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부동산 증세를 통해 ‘중부담·중복지’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미·중 균형 외교 추구할 것”

북한과의 관계나 한·미, 한·중 관계 등 대외 의제에 대해서는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인 외교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 정부는 인민의 삶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지금의 대치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남북 관계에서 합리적인 타협과 소통, 결단을 하는 동시에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국익 중심의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역사관이나 대북 관계 등 논쟁적이면서 정치적 편익이 작은 문제에 대해 의견을 자제해온 이 지사는 전날 경북 안동을 찾아 “한국은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했다”고 말해 역사관 논란을 촉발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가 대한민국의 출발을 부정하는 역사 인식을 지녔다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중도층 의식해 기본소득 ‘신중론’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지사의 특징적 정책으로 평가받았던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청년과 노인, 장애인 등 일부 계층에 시범적으로 지급한 이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대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소비를 늘려주는 승수효과가 크다는 것이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을 통해 증명됐다”며 “전면 도입에 대한 우려와 재원 부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집행해 효율성을 증명한 이후 국민 동의를 거쳐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가장 중요한 제1의 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 지사는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나쳤다”면서도 “법원의 판단을 통해 검찰의 발표가 사실로 나타난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배우 김부선 씨와의 불륜 의혹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이 지사는 “얼마나 더 증명해야 하냐”며 “판단은 국민이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왜 나의 존재를 무시하냐”며 SNS에서 연일 이 지사를 비판하고 있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후 민주당의 ‘험지’ 영남과 ‘텃밭’ 전남을 방문하며 지지자를 규합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기운을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겸비할 것을 강조했던 김 전 대통령처럼 공정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국방비 최소화'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재명 캠프 측은 "국방비와 치안유지비용 중 불필요한 비용을 감축해 복지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전체 국방비는 증액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전범진/오형주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