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교수·김준형 외교원장 등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파포럼에서 주장
"한국, 미중경쟁 속 대미동조화 너무 빨라…외교 유연성 필요"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 상황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받아들이며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국에 동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한국 외교의 미래와 외교 유연성'이란 주제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전파포럼에서 "미중 전략경쟁 관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한국이 대미 동조화하는 추세가 너무 빠르고 (외교정책이) 경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중국의 종합적인 국력은 미국을 추월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미국은 공포와 불안을 조성해 중국을 때리면서 대중국 외교를 국내 정치 통합을 위해 활용하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중 경쟁에 대한) 미래의 공포가 현재를 과도하게 지배하는 형국"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한미동맹 환원론으로 귀착되며 외교의 경직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도 "우리는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프레임을 실제보다 훨씬 더 강하게 인식하면서 국민도 언론도 이미 신 냉전적으로 사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가 오히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를 해볼 수 있는 역량을 시험받을 기회"라며 "한국은 평화나 민주주의·다자주의·기후변화 등 가치적 측면에서 소프트파워가 강하고 바이오·보건·디지털 부문에서도 상당한 강점이 있다.

약소국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평가했다.

포럼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정상이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일본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너희와 안 놀아도 그만'이라는 감정이 느껴진다"면서 "결국 지금의 한일문제는 톱(정상)에서부터 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가 국내 정치 상황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과거에는 미국이 한국의 외교·국방을 대신해줘 우리 스스로 치열하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국방·외교가 독재정권 보호 등 국내 정치 목적으로 활용됐다"며 "한국은 여전히 다른 서구 일반국보다 국내 정치적 요소가 대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기조 발언에서 정부의 외교성과 중 하나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소개하면서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되돌릴 수 없는 틀과 구조를 만들어 후임 정부에 넘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