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로 '강골' 각인…국정농단 수사 후 승승장구
입지 세워준 여권과 사사건건 대립…文정권 맞수 부상
적폐청산 칼잡이에서 정권교체 선두주자로…윤석열 누구인가
그간의 잠행을 깨고 29일 대선 출마의 깃발을 든 윤석열(61) 전 검찰총장은 검찰 수장에서 유력 대권주자로 직행한 첫 인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지난 3월4일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지 117일 만의 출마 선언이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권에서 '칼잡이' 역할을 하며 승승장구했던 윤 전 총장은 이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준 여권과 맞선다.

세상에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단초를 제공한 보수정권과 한 배를 타게 된 상황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적폐청산 칼잡이에서 정권교체 선두주자로…윤석열 누구인가
◇ 특수통 출신…'댓글수사' 외압 폭로, 박근혜 정권에서 좌천
서울대 법학과 출신의 윤 전 총장은 1994년 서른넷에 '늦깎이 검사'로 검찰에 발을 들인 뒤 대표적 '특수통'으로 경력을 쌓았다.

'강골검사', '원칙주의자'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오른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노무현의 후원자' 고(故) 강금원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2013년 4월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발령받는 동시에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됐다.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 원칙 있는 수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박근혜 정권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항명 논란 속에 법무부 징계까지 받은 뒤 대구고검 검사로 사실상 좌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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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 정권서 고속승진…'조국 수사'로 등 돌려
윤 전 총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의 '영입 1호'로 수사 일선에 복귀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 역시 파격적이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완수의 과제가 주어졌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현 정권과의 사이가 틀어졌다.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날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하자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취임한 뒤 현 정권과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추 전 장관은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측근 감싸기' 의혹을 제기하며 윤 전 총장을 해당 사건 지휘감독에서 배제했고, '추-윤 갈등'은 극에 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사태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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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정신이 파괴되고 있다"…한순간에 野 대권주자로
추-윤 갈등 국면은 역설적으로 윤 전 총장을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놨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말부터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제1야당 잠룡들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과 맞물려 가장 유력한 야권의 카드로 급부상했다.

윤 전 총장도 이 같은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지난 3월 4일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일갈하며 현 정부와 정면으로 맞서며 사실상 야권 주자로서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길어지는 잠행 속에서 사회 각 분야의 저명인사를 만나 틈틈이 대권 공부를 하며 출마 의지를 다졌고, 지난 9일 우당 기념행사관에 참석하며 첫 공개행보에 나선 자리에서는 "국민의 기대와 염려를 다 알고 있다"며 대권 도전은 시간 문제라는 해석을 낳았다.

순탄치 않은 과정도 있었다.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둘러싼 메시지의 혼선이 빚어진 와중에 이동훈 전 대변인은 선임 열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부인과 장모 등 가족과 관련한 의혹이 들어 있다는 이른바 'X파일' 의혹이 불거지면서 겹악재가 불거지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