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도지사가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협회 초청 대통령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자협회 제공.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협회 초청 대통령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자협회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시절부터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면, 이는 '정치적 투기 행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인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29일 한국기자협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날 출마를 선언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양 도지사는 '윤 전 총장이 충청권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넌센스"라고 받아쳤다. 그는 "윤 총장이 언제 충청인과 함께 하고, 충청인으로부터 평가받고, 충청인을 위한 적이 있느냐"며 "본인도 그런 표현은 쑥스럽고 미안하고 겸연쩍을 것"이라고 했다.

또 "윤 전 총장은 이제부터 국민으로부터 혹독한 검증절차를 겪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에서 4선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도지사를 지낸 자신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양 도지사는 이날 '내가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표어를 들고 나와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지방 분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도지사의 대표 공약은 충남지역에서 중국 산둥반도를 잇는 총 길이 323km 가량의 한중 해저터널 설립 등이다. 그는 "공사비가 약 170조원이 든다고는 하지만, 중국과 나눠서 부담하면 85조원이고 15년에 걸쳐 지출한다고 치면 연간 5조원 가량밖에 들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예산이 연 557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정치적으로) 결단하면 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경부선을 뚫을 때도 반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양 도지사는 또 "세종시는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이라며 "국회 이전은 여야 모두가 약속한 것으로 지킬 수 있는 공약을 안 지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헌법을 개정해서 세종시를 대한민국의 수도로 삼고 청와대도 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충남도에서 일부 시행하고 있는 '더 행복한 주택'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이 두세명을 키울 수 있는 25평형 주택을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5만원에 수도권 외 지역에 20만호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양 도지사는 "아이를 한 명 낳으면 그 월세도 50% 깎아주고, 둘 낳으면 면제해 줄 것"이라며 "비 수도권은 허덕이는데 수도권 지역은 비만에 걸려 있는 국토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전국민에게 10만원씩 준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에는 부족한 수준 밖에 줄 수 없다는 취지다. 그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피해를 본 사람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