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기술·고체연료 결합…발사체·초소형위성 적극개발"
극초음속 비행체 요격무기 개발…'개량형 타우러스' 확보할 듯
[김귀근의 병영톡톡] 미사일지침 해제가 쏘아 올린 '우주전력구상'
사거리를 800㎞ 이내로 제한했던 한국군의 미사일 족쇄가 풀리면서 최근 군 당국이 우주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미사일 사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는 고체연료 모터를 개발할 수 있게 됐고, 이 모터를 탑재한 발사체로 초소형 위성을 우주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마지막 족쇄로 남았던 사거리 제한이 해제되면서 한국군은 1천∼3천㎞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 정도 거리를 비행하는 엔진 추력이라면 500∼2천㎞의 저궤도에 초소형 위성을 충분히 올릴 수 있다고 군 관계자들이 26일 설명했다.

◇ 공중·해상 발사 플랫폼 적극 개발…수송기·전투기 이용 공중발사 연구
군 당국은 미사일지침 해제로 '뉴스페이스' 물꼬가 트이자 민간기업과 협업해 우주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궤도 위성을 쏠 수 있는 고체연료 이용 발사체를 비롯해 초소형 영상레이더(SAR) 위성 등을 민간 기업과 손잡고 개발한다는 것이다.

초소형 SAR 위성 1기당 제작 비용은 70억여 원 수준으로 대형 위성 1기보다 30배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저렴한 위성 수십 기를 쏘아 올려 동시에 운용하면 여러 개가 고장 나더라도 나머지로 넓은 범위를 감시할 수 있어 정찰·감시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초소형 SAR 위성 핵심기술 및 군집위성 운용 개념을 연구하고 있다.

고성능 정찰 장비(SAR)를 탑재한 무게 1.3㎏가량의 큐브 위성 수십 개를 띄워 북한 전 지역을 샅샅이 감시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군 당국은 사업비 1조2천214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3년까지 영상레이더·전자광학·적외선 레이더 등을 갖춘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425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초소형 SAR 위성 개발 사업도 함께 추진되므로 5기를 쏘아 올린 다음에는 큐브 위성을 쏠 것으로 보인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미사일지침 해제가 쏘아 올린 '우주전력구상'
초경량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공중과 해상 발사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군은 F-15K 전투기와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C-130 수송기 등을 이용해 공중에서 발사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먼바다에 있는 선박에서 초소형 및 군집 위성을 발사하는 방안도 연구에 포함되어 있다.

한반도는 인근에 일본 열도와 중국 본토가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는 '극궤도' 위성만 발사할 수 있다.

위성이 남과 북의 양극을 통과하는 극궤도에서는 위성이 경사각 90도로 돈다.

그러나 북한 및 주변국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반도 재방문 주기 확보 등을 위해 '경사궤도'를 도는 위성 운용이 필요하다.

경사궤도는 적도 면에서 어느 정도의 경사를 이룬 위성 궤도를 말한다.

미국은 해상 플랫폼에 로켓을 실어 적도 인근에서 위성을 발사하는 '시론치'(Sea Launch) 방식을 사용했고, 중국도 서해상 플랫폼에서 위성을 발사한 바 있다.

◇국방부 "미사일지침 해제 우주전력 증강 발판"…우주기반 감시정찰체계 개발
국방부는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를 우주전력 증강 발판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토론회에서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정찰위성 등 우주전력을 지속해서 증강하고, 우주에서의 합동작전 수행 체계를 정립하여 전방위 우주 위협에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미사일지침 해제와 우주전력 증강을 연계해 천명한 것은 서 장관의 발언이 처음이다.

서 장관은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우리의 과학기술을 우주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우주개발 분야에 대한 한미 양국의 협력을 심화해 선진 우주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ADD는 우주 기반 감시정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우주에서 목표지역에 대한 영상정보를 획득해 지상으로 실시간 전송하고, 지상에서 영상을 판독, 표적을 식별해 군사적 결심을 내리도록 해주는 체계이다.

여기에다 정찰용 SAR 위성, 적외선 카메라, 위성관제 및 수신처리체계 등도 개발하고 있다.

육·해·공군도 자군 특성에 맞는 우주력 증강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국방부는 각 군이 경쟁적으로 우주전력 확보에 나서면서 '따로국밥'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방우주력 통합계획'과 함께 '우주 합동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미사일지침 해제가 쏘아 올린 '우주전력구상'
육군은 1단계로 오는 2025년까지 레이저 무기체계 개념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사시 지상에서 우주에 있는 적 '킬러위성'을 격파하는 전력이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인 2단계에서는 우주정보 통합공유체계와 소형위성 지상발사체 등을 개발하고, 3단계인 2030년부터는 육군 위성통합운영센터 구축 및 저궤도 전술정찰 위성과 소형 통신 위성군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우주작전대'를 창설한 공군은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우주전력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인 2030년까지 우주기상 예·경보체제, 고출력 레이저 위성추적 체계 등 우주 감시체계를 갖추고, 2040년까지 2단계에서는 수송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위성을 발사한다는 것이다.

3단계인 2050년까지는 공중기반 대(對)우주작전체계를 구축하고, 아군 우주전력 위협에 대한 억제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군은 '전투체계·우주정책발전과'를 신설했다.

◇ 극초음속 비행체 탐지·요격체계 개발…'타우러스 350K-2' 확보 검토
군 당국은 미사일지침 해제에 부응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극초음속 비행체(HGV/HCM)에 대응한 탐지·요격체계(극초음속 미사일방어체계) 연구에도 착수했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극초음속 활공체(HGV)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을 말한다.

HGV는 기존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며 비행 중 궤도 및 탄착점을 변경할 수 있다.

HCM은 장거리 표적을 수 분 이내 타격할 수 있고, 기존 순항미사일보다 높은 고도로 비행한다.

북한은 신형 단거리미사일을 개량해 탄두를 HGV 형태로 제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군은 분석한다.

중국은 이미 HGV형 탄두를 탑재해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핵심 무기로 개발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미사일지침 해제에 따른 사거리 확장 현무계열 미사일 개발 뿐 아니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추가 확보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미사일지침 해제가 쏘아 올린 '우주전력구상'
이미 200여 발이 도입된 독일제 '타우러스 350K'의 개량형인 사거리 600㎞의 '타우러스 350K-2'와 사거리 250㎞의 터키제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솜'(SOM)이 거론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타우러스 350K-2가 도입되면 KF-21과 FA-50(경공격기)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타우러스 시스템즈는 이 차세대 미사일을 한국과 공동 연구개발 및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표명한 바 있다.

군 일각에서는 KF-21과 FA-50에 타우러스 350K-2를 탑재해 수출하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