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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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퍼주기식’ 현금 복지에 나서는 사례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지방 재정 부담을 줄이고 복지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지자체 간 협의 절차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24일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복지사업 협의·조정제도 운영 실태’를 감사한 결과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지방 복지사업을 협의하는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담긴 재정운용계획서를 제출받을 것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또 지자체가 협의요청서에 제시한 대로 현실적인 재원 마련이 가능한지, 안정적인 예산 편성이 가능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방안을 마련할 것도 복지부에 주문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원도는 2019년 ‘육아기본수당 지원사업’을 도입하면서 지원액을 월 50만원으로 책정한 뒤 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월 30만원으로 낮추기로 약속했다. 육아기본수당은 아이 출생 가정에 매월 기본소득 보장 명목의 수당을 4년 동안 지급하는 사업으로,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자체 최초로 강원도에 도입했다.

복지부는 이 사업 5년차인 2023년에는 강원도 부담액이 2018년 전체 사회복지예산(1701억원)과 맞먹는 1627억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 부담이 크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강원도는 육아기본수당을 올해 월 40만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는 월 5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자체 운용하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의 제약을 받아 강원도 육아기본수당 인상의 적정성을 검토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月 30만원으로 낮추라는 육아수당 되레 50만원으로 올려

감사원은 2018년 개정된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사회보장기본법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복지사업 신설·변경 시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복지부와 협의해야 하고, 현금복지로 지급하는 급여 내용 등 사업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운용지침을 개정하면서 ‘이미 협의 완료한 사업 중 급여액수 변동이 있는 경우’를 협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재정부담이 우려되는 현금복지 사업의 급여 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복지부-지자체 간 협의했다가, 나중에 지자체가 추가 협의 없이 임의로 급여 수준을 높일 경우 복지부가 관여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충청남도가 지난해 신설한 농·어민수당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도는 2019년 10월 농·어·임업 종사자에게 연 60만원을 지급하는 수당 신설을 위해 복지부와 협의에 나섰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 1월 지속적인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협의 완료’를 통보했다.

그러나 도는 자체 세입으로 추가 사업비 확보가 어려운데도 지난해 6월 농·어민수당을 연 60만원에서 연 80만원으로 인상했다. 심지어 추가 사업비 148억원 중 130억원은 ‘지역개발기금’에서 코로나19 관련 긴급 생활자금 용도로 융자받은 760억원에서 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자체가 복지부와의 협의를 완료한 후 당초 협의의 취지가 훼손될 정도로 급여 수준을 높여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운용지침을 개정할 것을 복지부에 주문했다. 협의 과정에서 쟁점이 된 사업의 급여 수준을 변경하는 경우나 일정 기간 내 급여 수준을 일정 비율 이상 인상하는 경우 등을 협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감사원은 또 지자체가 신설 또는 변경하고자 하는 복지사업에 대해 협의를 누락하거나, 협의 결과와 다르게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없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토록 복지부에 주의를 요구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