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 유무인 복합운영체계.
LAH 유무인 복합운영체계.
올해 우리나라의 국방 예산은 52조 8401억원으로 군사비 지출에서 세계 10위권이다. 이 중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매함으로써 군사력을 높이는 방위력 개선비는 16조 9964억원. 이를 기반으로 국내 방산업체들은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한 무기체계 국산화와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무기체계를 우리 기술로 개발하려는 국내 주요 방산 업체들의 도전은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기술로 국산 무기 ‘업그레이드’

그동안 T-50 고등훈련기, KT-1 초등훈련기 등을 수출해 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국형 차세대전투기인 KF-21 ‘보라매’와 LAH(소형무장헬기), LCH(민수헬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 굵직한 대형 국책사업이다. 지난 4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KF-X 1호기 시제품 출고식을 열었다. 현재 조립 중인 시제품 5대 중 일부에는 미사일 탑재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KAI는 지상시험이 끝나면 내년 7월께 비행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육군의 노후헬기 500MD 등을 대체할 LAH도 작년 말 잠정 전투적합판정을 받았다.
인공지능 기반 운용체계 등 신기술이 접목될 차세대 전차. /현대로템 제공
인공지능 기반 운용체계 등 신기술이 접목될 차세대 전차. /현대로템 제공
30여 년간 국산 전차(K1·K2)를 양산해온 현대로템은 글로벌 국방 강대국들의 전차 성능에 밀리지 않는 신형 국산 전차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우수한 전술지휘통제 체제, 사격통제시스템, 능동방어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4세대 전차를 대비하고 있다. K2 전차의 후속모델인 차세대 전차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차량운용체계와 유무인 복합 운용기술, 스텔스 기능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미래형 무기와 로봇 ‘주목’

㈜한화는 고에너지 레이저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무기체계를 개발 중이다. 광섬유에서 생성된 광원 레이저를 활용한 레이저 무기는 드론 등 소형 무인기와 멀티콥터를 타격해 무력화시킨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한화디펜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국방로봇과 무인화 체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전쟁 시 병사(인간)를 대신해 수색과 정찰, 경계 임무 등을 수행할 무인수색차량은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되고 있다. 향후 기계화부대에 배치될 전망이다. 보병부대의 임무를 지원할 4륜구동 전기추진 방식의 다목적무인차량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출도 겨냥했다. 한화디펜스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6륜구동 ‘지능형 다목적무인차량’의 시제품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도 대표적인 미래형 국방로봇이다.

해상 최종 방어시스템 국산화 경쟁

해상 함정에 있어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의 국산화를 놓고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CIWS는 함정의 다층 방어막을 뚫고 고속으로 날아오는 미사일 등을 최종 단계에서 인지·방어·격추하는 시스템이다. 30초에서 1분에 이르는 짧은 시간 동안 4200발의 기관포를 발사해 목표물을 파괴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기관포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기관포와 미사일을 혼합한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동안 우리 군에선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골키퍼(단종)와 미국 레이시온의 단거리 회전형 유도미사일 램, 기관포 팰렁스를 사용했다. 그러나 총 사업비 3200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이를 국산화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전투체계 개발 능력과 다기능위상배열레이다(AESA 레이다), 전자광학추적장비(EOTS), 세계 최고 수준의 함포사격계산장치 등 핵심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CIWS-Ⅱ 국산화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표적 탐지 및 추적, 피아식별 및 미사일 유도 등의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레이다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레이다(MFR)를 항공기 탑재용, 지상용, 함정탑재용으로 개발 생산하는 것도 장점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2016년부터 방위사업청과 계약을 맺고 골키퍼 창정비를 해오고 있다. 네덜란드 탈레스사에 기술 인력을 파견해 정비 기술과 경험을 익혀온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전문인력과 정비시설, 기술 노하우를 CIWS-Ⅱ 연구·개발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방산의 각축장 ‘우주’

해외 선진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도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각종 전투기·헬기 엔진과 해군 군용 함정에 들어가는 가스터빈 엔진을 생산해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동관 사장을 중심으로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발사체·위성 제작, 통신·지구 관측, 에너지, 서비스로 나뉘어 관련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에 본발사 예정인 한국형 위성 발사체 ‘KSLV-Ⅱ(누리호)’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미 한국형 발사체 사업 초기 단계부터 발사체의 핵심기술인 엑체로켓엔진, 터보펌프와 각종 밸브류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한화시스템도 ‘위성의 눈’으로 꼽히는 전자과학·적외선·고성능 영상 레이다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위성에 탑재될 장비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LIG넥스원은 최초의 한국 국적 위성인 우리별 1호를 개발한 KAIST와 손잡고 100㎏ 이하급 차세대 초소형 위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35년까지 이 위성에 탑재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도 개발한다. KAI는 500㎏ 이상 중·대형 위성 시스템과 본체 개발·제작 기술을 갖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