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감금' 논란 생활조사실 폐지…조사실 투명유리문 교체
박지원 "국보법은 개정·존치해야…간첩, 있으면 잡는다"

국가정보원이 과거 '간첩조작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시설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고 탈북민 조사과정에서 달라진 인권 개선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23일 보호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2014년부터 올해까지 보호센터에서 조사받은 7천600여명 중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인권침해가 확인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보호센터는 과거 중앙합동신문센터로 불리던 곳으로 국정원이 운영하는 탈북민 조사·수용시설이다.

당국은 이곳에서 국내에 갓 입국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탈북 배경 등을 조사해 정부가 보호해야 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탈북민에게는 국내 입국 후 첫 남한살이의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이른바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으로 합신센터는 유씨의 동생 가려씨에게 강압과 폭행을 가해 오빠 유씨가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받아낸 장소로 부각돼왔다.

이날 박 원장도 "아직 일부에선 과거 간첩조작 사건을 떠올리며 보호센터를 평가한다는 것을 잘 안다"며 "국정원 창설 60주년을 맞아 보호센터가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 보여드리기 위해 시설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보호센터는 국가보안목표시설 '가'급으로 분류돼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언론에 공개된 건 지난 2014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센터 측은 탈북민이 조사를 받고 생활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논란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독방 감금 논란이 일었던 '생활조사실' 폐지를 간첩조작 사건 이후 개선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과거 고위급 탈북인사 등 장기간 조사를 받는 탈북민들이 조사와 생활을 동시에 했던 생활조사실은 현재 생활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과거 조사실로 쓰이던 공간엔 침대와 3인 소파, 탁자, TV 등이 놓여 있었다.

생활조사실 당시 설치됐던 CCTV 2대도 현재는 모두 철거됐다.

탈북민 조사 방식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뀌었다고 보호센터는 설명했다.

가령 탈북민이 자신이 살았던 북한 동네에 대해 진술하면, 이를 국정원이 보유한 지형자료와 대조해 위장 탈북민 여부를 가려내는 식이다.

국정원의 지형 자료에는 북한 각 동네별 세세한 골목과 도랑, 상점 위치까지 나타나 있다고 했다.

또 조사실의 문도 밀폐형에서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문으로 교체했고,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진술 강요 등은 없었는지 면담하는 인권 보호관도 두고 있다.

간첩조작 사건 후 제도적인 손질도 병행됐다.

보호센터는 2014년부터 간첩수사는 맡지 않고, 정착금 등을 노리고 탈북민으로 위장하는 '비북한이탈주민'을 가려내는 행정조사만을 담당한다.

조사 과정에서 간첩혐의가 적발되면 곧바로 수사부서로 이첩한다.

또 법 개정을 통해 탈북민 조사기간도 최장 180일에서 90일로 단축했다.

다만 국정원은 인권 보호를 강화했다고 해서 간첩 적발 업무에 소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간첩이 있으면 간첩을 잡는 게 국정원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과연 용인하겠느냐"며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국정원의 입장은 폐지가 아닌 존치와 개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호센터에서 적발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탈북민 위장간첩은 11명, 비북한이탈주민은 180여 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