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김범준 기자
최근 들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워장(사진)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모아놨다는 ‘X파일’에 대해서도 “걱정할 것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이 늦어지면서 잡음이 계속 발생하는 것을 두고 “자꾸 우왕좌왕하면 소기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우려했다.

윤석열, 정치 신고식 치르는 중

김 전 위원장은 23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김 전 위원장의 이런 입장 변화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측과 교감하에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윤 전 총장 X파일에 대해 “정치판이 원래 잘나가면 부정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곳”이라며 “윤 전 총장은 이제 정치판이 이런 곳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 극복하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해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 “100% 확신할 후보가 없다” 등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 측과 회동이 성사되지 않자 비판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분석에 대해 “헛소리”라고 일축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없다”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객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힘을 확대하고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려면 국민의힘이 오히려 윤 전 총장 측으로 합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뷰 도중 ‘지도자의 바람직한 역할’을 수차례 언급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정치 결단이 계속 미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당초 오는 27일 정계 진출 선언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대변인을 통해 7월 초까지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 역시 7월 중순 이야기가 나오다가 결정된 게 없다고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대변인이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측에서 메시지가 계속 번복된 것에 대해 “주변에 파리가 많이 꼬였고, 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입당 등을 놓고 윤 전 총장 내부 세력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꾸 우왕좌왕하면 소기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지도자가 될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의 확고한 방향을 설정하고, 국민에게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명식 기본소득 “효과 없어”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대선의 핵심 화두는 ‘공정’이 아니라 ‘변화’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공정이 무너지다 보니 대단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상식적으로 살다 보면 공정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과거와 여러 지점에서 달라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적응할 것인지가 다음 대선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변화와 관련한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기본소득’을 꼽았다. 김 전 위원장은 “양극화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쟁점화될 수밖에 없다”며 “(보수 정당에서도) 맹목적으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가 내세운 보편적 복지 차원의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도 없고, 효과도 없다”고 저격했다. 김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일률적으로 전 국민에게 얼마씩 나눠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양극화 해소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가장 먼저 기본소득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한 인사다. 기본소득을 국민의힘 당 강령에 명시하는 등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아 해석이 분분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정치권이 더 연구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 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