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대신 연일 대미메시지 발신…김여정·리선권 담화로 美에 다시 공 넘겼나

대화와 대결 카드를 모두 꺼내 들었던 북한이 이번에는 연이틀 미국을 향해 북미협상 재개 가능성을 일축하는 담화를 내놓으면서 북미관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연이틀 미와 대화 가능성 차단한 북…'선 긋기'일까 '밀당'일까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23일 담화를 내고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을 향해 "꿈보다 해몽"이라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조소한 데 이어 한층 명확하게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연이틀 대외정책 핵심 인사 명의로 담화를 낸 것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북미대화 재개 방안을 모색하면서 북한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을 북미대화의 신호로 인식하자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연이틀 미와 대화 가능성 차단한 북…'선 긋기'일까 '밀당'일까

하지만 북한이 당장의 대화를 거부했다고 해서 양국 관계가 당장 냉각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미국은 김여정 담화 직후에도 국무부 대변인의 입을 빌어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계속 희망한다"며 "이런 (김여정의) 발언들이 향후의 잠정적 경로에 대한 좀 더 직접적 소통으로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냉랭한 태도로 나오더라도 외교의 문을 계속 열어두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북한도 김 위원장이 직접 "조선(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나가야 한다"고 한 만큼 당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작다.

오히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접촉 시도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던 북한이 이렇게 연달아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이번에 발표된 리 외무상과 김 부부장의 담화는 각각 두 줄, 넉 줄짜리로 아주 짧고 종전과 달리 미국을 향한 거센 비난을 담지 않았다.

리 외무상의 담화에서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과의 어떤 대화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무의미하거나 시간이 아까운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북한이 '하노이 노딜'로 뼈아픈 경험을 한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결과를 보장받을 수 있을 때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북핵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며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발언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담화를 통해 공을 다시 태평양 너머로 넘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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