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국회 비준 요청하면서 비용 추계조차 하지 않아
개성공단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 스스로 합의 어겨
北, 9·19 남북 군사 합의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비준 실효성 상실, 대못 박을 필요있나” 지적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7일 국회 본관 앞에서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7일 국회 본관 앞에서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2018년 남북한 정상이 채택한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당정 협의에서 비준동의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한데 이어 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180명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선언 비준안을 서둘러 제출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4·27 판문점선언’ 을 살펴보면 한반도 안보 지형에 큰 영향을 주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크게 △남북 관계 개선 발전 △남북 군사 긴장 상태 완화 △남북 평화체제 구축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 내용에 들어가면 △과거 남북 선언과 합의 사항의 철저한 이행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8·15 이산가족 상봉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및 현대화 등 ‘10·4 선언’합의 사업 추진 △적대 행위 전면 중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마련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 △‘완전한 비핵화’를 남북 공동의 목표로 확인 등 내용이 담겼다.

비준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그 파급력이 크다. 우선 판문점 선언이 조약으로서 효력이 있느냐의 논란이 적지 않다. 여당은 조약에 준하는 것으로, 국회 비준 동의를 통해 한반도의 불가역적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또 “국가 정상 간 합의는 국가 간 조약에 준하며 남북 정상 간 합의도 실천으로 이행돼야 마땅하다”며 “만약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 국가 간 신뢰가 무너지고 갈등으로 비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북한을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국가로 볼 수 있느냐의 논란이다. 헌법상 북한은 한국의 영토다. 한반도는 하나의 국가라는 의미다. 또 국회에서 비준을 해버리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구속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대못’을 박아선 안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특히 북한 스스로 판문점 선언 합의 내용을 파기한 사례가 적지 않아 효력이 상당 부분 약화된 상황에서 우리만 비준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북한은 판문점 선언에 따라 설치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지난해 6월 파괴해버렸다. 명백한 판문점 선언 위반이다. 공동연락사무소는 2005년 개소한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건물을 개·보수하고 확장해 만들었다. 건립 당시 80억원 가량 들였고, 개보수에 100억원 가까이 지출됐다. 모두 우리 예산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태영호(왼쪽부터), 조태용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1년을 맞아 북한의 책임 요구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추진 중단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태영호(왼쪽부터), 조태용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1년을 맞아 북한의 책임 요구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추진 중단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뿐만 아니라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도 위반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년 기념 열병식과 올해 1월 당대회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탄도미사일(LCBM) 등 전략무기들을 대거 선보였다. 핵무기도 점점 고도화 해 수십기~100기 가량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유엔 결의 사항을 위반했다. 지금도 북한의 주요 핵시설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미 정보 당국발(發)로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판문점 선언은 노무현 정부 때의 ‘10·4 선언’합의를 그 바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10·4 선언’ 역시 북한의 핵 개발과 천안함 도발 때문에 이미 무력화 된 상황이다. ‘적대 행위 전면 중지’합의 사항도 남측 감시초소(GP)를 정조준한 총격과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 휴지조각이 됐다. 더욱이 북한 군은 서해 연평도 앞바다에서 우리 해양수산부 공원을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것도 큰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북한 인프라 현대화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철도 85조원, 도로 41조 원 등 총 153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112조원으로 예측했다.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에 최소 43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2018년 ‘판문점 선언’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2년 간 이행 비용으로 6438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것 이외에 구체적인 비용 계산서를 내놓은 바 없다. 최소 수십조 이상이 소요되는 데도 이행 비용도 내놓지 않고 비준부터 털걱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판문점 선언 후속격인 9·19 남북 군사 합의로 휴전선 북측 일대에 깔린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 능력이 무력화된 점,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마련’으로 우리 군이 지난 70년 가까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북방 한계선을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점 등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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