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강연회 가보니…국정운영 방향·비전 쏟아내

"한국, 국가·격차·불신 '3대 과잉'
사회의 지속 가능성 위협 수준
공직 철밥통·기득권 카르텔 깨야"

"돈 줘서 청년 문제 해결 못해
공평한 기회·재기할 기회 줘야"
與 대선주자들 현금지원 저격
< 무료급식 봉사활동 공개…몰려든 취재진 >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에 나섰다. 김 전 부총리가 명동성당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무료급식 봉사활동 공개…몰려든 취재진 >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에 나섰다. 김 전 부총리가 명동성당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력 대선주자로 처음 부상한 것은 지난해 7월 초.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밖에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면서다.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김 전 부총리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김 위원장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부총리는 당시 경남 밀양 얼음골에서 농민들과 간담회를 하던 중 기자와 통화하고 “어리둥절하다”며 “그런(대선) 일에 내가 끼어들 일이 뭐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 이후 김 전 부총리는 정치판에 수시로 ‘소환’당했다. 여야로부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청와대에선 정세균 전 국무총리 후임으로 그를 내정하고 3일간 기다렸지만, 끝내 거절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과 함께 그의 영입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가 주도해 만든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활동 일환인 농어민 대상 강연과 조만간 예정된 저서 출간 등이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의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 17~18일 경북 안동 지역 상공인, 농민을 대상으로 한 강연과 간담회 일정에 동행했다. 김 전 부총리는 “홍 기자가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라면서도 여전히 대선 얘기를 꺼내길 망설였다. “대선 질문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면 이런저런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대선 합류를 요청하는 데 대해 “그런 연락이 많이 오는 것은 사실이다. 자세하게 얘기하긴 그렇고…”라고 즉답을 피했지만, 출마 여부를 두고 상당히 고민하는 듯했다. 강연과 기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이전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 등 현안에 대한 발언이 부쩍 많아졌고 서슴이 없었다.

특히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국가 과잉, 격차 과잉, 불신 과잉을 꼽았다. “아직도 우리는 관(官) 개입의 중앙통제식이 힘을 발휘하고 있고, 소득 자산 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심각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으며, 흑백논리와 진영논리로 가득차 있다.”

이어 “과거에 갇혀 아무도 미래를 얘기하지 않는다”며 “그러니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고, 더 고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역동성 있게 하기 위해 ‘기회공화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3대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선 승자독식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점만, 1표만 더 얻으면 모든 것을 다 갖는 승자 독식 구조는 우리 사회를 무한 경쟁으로 끌고 간다”며 “입시, 취업, 자녀 교육, 부동산 전쟁 등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다. 이 판을 깨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내세운 것이 진영 논리와 추격·세습·거품 경제 금기 타파다.

깨야 할 추격·세습·거품 경제 금기로는 △대기업은 규제해야 하고, 더 이상 늘어나면 안 된다는 것 △공무원이 되면 성공하는 것이라는 철밥통 △‘관피아’ ‘금피아’ 등 ‘뭉치면 산다’는 기득권 카르텔 △교육 개혁은 생각과 철학이 아니라 제도만 바꾸면 된다는 것 등을 꼽았다. 노동 분야에선 안정성을 바탕으로 깔되 해고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금기 깨기는 “우리 사회의 한줌도 안 되는 소수의 정치 엘리트나 고위 관료 등에 의한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주도해야 한다”며 “지난 2년간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보니 잠재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런 지혜가 모여 에너지가 결집되고 집단지성이 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아래로부터의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권의 화두인 청년 문제에 대해선 “돈을 줘서 해결한다? 아니다”며 “청년들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기본소득,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일하고, 창업하고, 공부할 공평한 기회와 실패해도 재기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내놓은 현금 지원 방식의 대책을 비판한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경세유표 서문을 인용하면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다산은 ‘나라에 털끝 하나라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당장 고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고 나서야 고칠 것’이라며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주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선에 대한 언급은 삼갔지만 나라 운영에 대한 비전, 구상과 다름없었다. 대선에 한발짝 더 다가선 듯했다.

안동=홍영식 논설위원

▶자세한 내용은 한경비즈니스 1335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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