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문재인 정부가 키운 인재 3인방이 모두 보수 야권의 장외 후보로 나서고 있다. 한 정권에서 일했던 인재들의 경우 보통 같은 진영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미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를 비롯해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가 출마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3명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검찰총장, 감사원장, 경제부총리를 지낸 인사 였지만, 거꾸로 문 정부에 칼을 겨누게 되는 모양새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공정훼손과 내로남불' 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야권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보수 야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재형 감사원장은 조만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은 앞서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선 출마와 관련해 "제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사항을 숙고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감사원장을 퇴직하자마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 위반 아니냐’는 여권의 질문에는 “그 부분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최 원장에 대한 기대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 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윤 전 총장을 웃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몇몇 야권 인사는 최 원장이 대선 출마 의지가 있다고 보고, 물밑 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 원장은 김동연 전 부총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마찬기자로 정부·여당에 맞서면서 야권 잠룡 후보로 떠오른 세번째 인물이다. 지난 3월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절차에 불법성이 있었다’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야권의 주목을 받았다.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법치' '원칙' '공정' 등의 키워드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보수 야권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 원장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인사가 당내에 많다”며 “낮은 대중적 인지도라는 약점만 잘 보완한다면 충분히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인 김 전 부총리는 이날 무료 급식소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김 전 부총리는 천주교 명동성당의 무료급식소를 찾아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김 전 부총리 측은 “예정된 활동은 정치적인 의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단순 봉사활동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은 “김 전 부총리가 자신이 잠재적 대선주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봉사활동을 공개하는 건 대선 출마를 위한 ‘준비운동’”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조만간 책도 출간할 계획이다. 김 전 부총리는 그동안 “소득수준, 복지수혜와 관계없이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복지에 투자해야 한다”며 여권의 보편 복지·현금 지원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만큼 이런 주장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 부총리로 임명됐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현금성 복지 지출의 급격한 증가 등을 포함한 ‘소득주도성장론’을 두고 청와대 및 친문(친문재인) 인사들과 대립을 이어간 끝에 사퇴했다. 앞으로 경제 실정이 부각 될수록 김 전 부총리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지지율 1위의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기대 1순위 인사였지만, '조국 사태'를 겪으며 사실상 문 정부의 '적'으로 규정됐다.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대립, 국정감사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대립으로 야권 1위 후보로 등극한 바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