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 믿으라더니 수사 대상자 되자마자…황당" 강력 비판
공군 법무실장 이어 직속 고등·보통검찰부장도 오늘 검찰단에 이첩 요청
女중사 유족 "공수처서 수사 부적절"…간부들 줄줄이 이첩 요청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의 유족 측은 18일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자신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굉장히 이율배반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전 실장에 이어 직속 간부들도 이날 잇달아 공수처에 사건 이첩을 국방부 검찰단에 추가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자칫 '법무실 단체 항명'으로까지 비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의에 "(공수처로의 사건 이첩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고, 공수처에서 수사할 이유가 없다는 게 유족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특히 "이 사건 수사의 총책임자이자 정점인 전 실장이 유가족에게는 '군검찰 수사를 믿으라'고 이야기하더니, 본인이 수사 대상자 되자마자 공수처로 이첩해달라고 한다"며 "유가족이나 변호인 입장에선 황당하다고밖에 생각이 안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군사법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장을 발부받아 (전 실장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그 자체를 문제시하며 이첩해달라는 건 압수수색 확보 자료에 뭔가 있지 않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회가 있다면 이런 입장을 공수처에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 실장은 지난 3월 성추행 사건 발생 초기 수사를 맡은 20비행단 군검찰로부터 보고를 받아 사실상 수사 지휘 책임이 있는 공군 법무실의 수장이다.

부실변론 등 직무유기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초기 국선변호사도 공군 법무실 소속이다.

국민의힘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추행 가해자인 장 모 중사가 사건 초기 선임한 법무법인과 전 실장 사이 유착 의혹도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검찰단은 부실수사 의혹 등과 관련한 자료 확보를 위해 지난 16일 전 실장을 포함한 법무실 핵심 관계자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상태다.

그러나 전 실장은 "공수처 수사대상자를 형사입건을 하면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공수처의 최종 결정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서는 안된다"며 "내사입건만 한 상태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까지 한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공수처법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하며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해달라고 검찰단에 요청했다.

여기에 공군 법무실 소속 고등검찰부장(중령)과 보통검찰부장(소령)도 이날 검찰단에 공수처 이첩을 추가로 요청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내사 사건은 상관인 전 실장 사건과 공수처법상 관련 사건에 해당하므로 공수처에 통보해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공수처법상 소령과 중령은 '장성급 장교'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해당 고위공직자와 공동정범·교사범·종범에 해당하는 자는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 관련 규정을 적용 시 공수처에서 수사가 가능하다.

검찰단은 관련 법령에 따라 장성급 장교인 전 실장 내사 사건에 대해서는 공수처에 이날 통보한 상태다.

통보를 받은 공수처는 전 실장 관련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등을 검토 후 검찰단에 이첩 여부를 회신하게 되는데, 검찰단은 회신이 올 때까지 수사는 일단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공수처에서 전 실장을 직접 수사하게 되면 현재 군검찰이 진행 중인 성추행 사망 사건과 사실상 별건으로 수사를 하게 되므로 수사에 차질을 줄 뿐만 아니라 신속히 진상을 규명한다는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 법무실 핵심 간부들의 이런 행동이 '항명'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공군참모총장의 법무참모이자 공군 법무병과장으로서 군검찰을 지휘하는 최고책임자(전익수 실장)가 피해자의 사망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 아닌 국방부 수장에게 항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함을 넘어 장군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성도 갖추지 못한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