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졸업예정자에 이어 전업주부까지 '탄원' 행렬

최근 식량난을 공식 인정한 북한이 대표적인 쌀 생산지인 황해남도 농장들에 전업주부 약 1만4천명을 정착시키기로 했다.

북, 식량난 해소 골몰…쌀주산지 황남에 주부 1만4천명 정착시켜
조선중앙방송은 "(황해남도에서) 도적으로 1만3천700여명의 여맹원(사회주의여성동맹원)들이 농업 부문으로 탄원하는 아름다운 미풍이 발휘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여맹에서 협동농장에 물자를 지원하고 선전·선동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여맹은 노동당 외곽기구인 4대 근로단체 중 하나로, 비당원인 30세 이상 전업주부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단체다.

이렇듯 1만4천명에 이르는 전업주부가 한꺼번에 농촌지역에 정착시킨 것은 그만큼 북한이 식량난 타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최대 쌀 생산지인 황해남도 농촌들에 인력을 대거 배치하면 수확량 제고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도 농촌 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다.

이 때문에 한번 농장원으로 배치되면 도시 지역으로의 이동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전업주부를 농촌에 배치하면 남편 등 가족들도 함께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기에, 농촌의 빠듯한 일손에 숨통이 트이리라고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5일 당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 식량난 해소 골몰…쌀주산지 황남에 주부 1만4천명 정착시켜
최근 '탄원' 형식의 인력 재배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북한에서는 청년들의 탄원 소식을 연일 전하며 탄광이나 농촌 등 일손이 필요한 험지에서 일할 것을 독려 중이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까지 전국적으로 청년 1천300여명이 금속·석탄·채취공업과 농촌 등 험지에서 일하겠다고 탄원했다.

이들 가운데서는 한 최고 명문대인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생과 청년동맹 간부 부부, 제대군인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젊은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들도 험지로 이동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황해북도 고급중학교(고등학교)와 중등학원(고아를 위한 교육기관) 졸업 예정자 700여명이 협동농장과 황해제철연합기업소 등 어려운 부문으로 탄원했다.

이번 중앙방송 보도까지 고려하면 청년과 어린 학생에 이어 전업주부까지 탄원 행렬에 동참하게 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