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택공급 못막은 책임" vs "소환까지 할 일 아니다"

"시민이 시장을 소환하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대해 시장이 잘한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공고가 난지 일주일이 지난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근처 상가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주민소환투표일에 반드시 가서 투표해 시장을 바꾸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천시민들은 시의 허파와도 같은 유일한 녹지공간인 청사유휴부지에 주택 4천호를 짓겠다는 정부의 8·4주택공급 정책에 대해 전면철회를 주장하며 반대했는데, 김 시장이 시민의 말을 듣지 않고 대체부지를 제안한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주민소환투표 앞두고 뚜렷히 갈린 과천 민심…'투표율 관건'

김 시장은 주민들이 정부의 주택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올 1월 주민소환운동에 돌입하자 청사유휴부지 대신 과천지구 자족용지와 외곽 지역에 총 4천300호를 공급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주민반발이 사그러들지 않자 정부가 지난 4일 과천시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여 청사유휴부지 개발계획을 철회했으나, 추진위는 과천시에 대한 어떤 주택공급 계획도 수용하기 어렵다며 시장 주민소환운동을 계속해왔다.

이 여성을 만난 곳에서 100여m 떨어진 상가 1층에서 장사를 하는 50세 오모씨는 정반대되는 이야기를 했다.

20년 넘게 과천에 사는 시민이라고 밝힌 오씨는 "개인적으로 김 시장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장이 개인 비리가 있다거나 능력 미달도 아닌데 국가 정책과 관련된 일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소환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냐"고 반문했다.

과천청사 주변의 단독주택에서 자녀 2명과 아내와 살고 있다는 오씨는 청사유휴부지에 임대주택을 포함한 주택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당초 계획을 철회하는 바람에 가게 근처 아파트에 전세라도 들어가 살고싶은 오랜 꿈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나같은 돈없는 서민이 살수 있는 아파트가 많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집가진 돈있는 사람들이 아파트가격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 주택공급을 반대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내 주거권을 빼앗긴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민소환을 추진한 시민들을 비난하는 말을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오씨의 아내가 "누가 듣겠다, 조용히 하라"고 주위를 줬지만, 오씨는 "괜찮다.

할말은 해야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주민소환투표 앞두고 뚜렷히 갈린 과천 민심…'투표율 관건'

시장을 끌어내리겠다는 50대 여성과 주민소환 대상이 아니라는 오씨처럼 인구 6만9천여명의 작은 도시인 과천시의 민심은 극명하게 둘로 나눠져 있는 분위기다.

과천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시 산하 주요 기관에서 일했었다는 70대 A씨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고 우려스럽다고 했다.

원로로 불리는 그는 "정부가 유휴부지 주택공급계획을 철회했을때 주민소환은 중단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서 "지금 과천은 파벌이 갈리고 민심이 나눠져 매우 예민하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든 누구를 만나더라도 시장 소환건에 대해서는 일부러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주택공급에 찬성하는 세입자, 반대하는 주택소유자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 이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소환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모두 합리적으로 갈등을 해결했으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답이 안 보인다"며 걱정했다.

주민소환추진위는 김시장의 대체부지 제안이 결과적으로 과천시를 베드타운으로 전락시켰다며 8·4주택 공급 전면철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동진 주민소환추진위원장은 "김 시장이 정부에 제안한 대체부지는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과천의 경제를 살려야 하는 자족용지"라며 "이곳에 주택을 지어 공급이 늘어나면 과천은 교통정체, 학교 과밀화 등이 더 심각해지면서 베드타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소환 강행 이유에 대해 "단체장의 비리와 부패 뿐 아니라 '무능과 독단적인 정책결정'도 소환이유에 포함된다.

과천의 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시장주민소환투표 앞두고 뚜렷히 갈린 과천 민심…'투표율 관건'

김 시장은 그러나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아무런 대안없이 가능성없는 전면철회만을 주장할수는 없었다"면서 "대안제시만이 과천시 발전방향에 부합하면서 청사일대 주택공급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과천시의 진정성이 인정받아 청사일대를 지킬수 있게되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는 투표 운동(9∼29일), 사전투표(25∼26일)를 거쳐 오는 30일 실시된다.

주민소환투표 결과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과천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하게 되고, 투표율이 3분의 1 미만이면 개표없이 주민소환투표는 부결된다.

정확한 투표인수는 과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조만간 공지할 예정이다.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일반 선거와 달리 주민소환투표는 선거운동원을 고용하거나 유세차량 외 피켓 등 소품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투표권자에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다.

과천 시내에도 소방서삼거리 등 주요 도로변에 주민소환투표 일정을 알리는 선관위의 현수막만 걸려 있을뿐 소환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입장을 알리는 홍보물은 찾아볼수 없었다.

주민소환추진위 김 위원장은 보다 많은 시민에게 알리기위해 유세차량을 이용해 과천지역을 돌며 시민들에게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불리한 김 시장은 유세차량없이 조용히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시가 대안을 제시해 정부의 8·4주택공급 정책이 철회된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

시장주민소환투표 앞두고 뚜렷히 갈린 과천 민심…'투표율 관건'

앞서 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하고 투표일·투표안·청구권자와 투표대상자의 소명요지를 공고했다.

지난 2007∼2011년 제주지사, 경기 하남·과천시장, 강원 삼척시장, 전남 구례군수 등 자치단체장 5명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있었지만 모두 투표 수가 미달해 개표가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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