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논의에 다시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헌법상 기본법으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동성애 이슈에 대한 종교계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집권여당이 가세하면서 일단 논의의 물꼬는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 범여권 의원들은 16일 '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평등법)을 발의했다.

일종의 민주당표 차별금지법이다.

지난해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과 대동소이하다.

장혜영안과 마찬가지로 성별, 장애, 나이, 출신 국가, 민족, 피부색, 가족 형태, 성적 지향, 학력까지 차별의 범위를 망라했다.

다만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피하고자 형사처벌 조항 등을 일부 제외했다.

지난 17∼19대 국회에서 연달아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장 의원 발의안이 지난해 9월 법사위에 상정돼 법안소위로 넘겨졌으나 9개월째 한 차례도 심의되지 못했다.

민주당도 가세…차별금지법, 이번엔 국회문턱 넘을까
무엇보다 국회 청원이 다시 동력을 제공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 청원은 지난 14일 10만명 동의로 성립 요건을 채웠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발의에 나서면서 논의를 진전시킬 여건이 마련됐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그간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이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논의조차 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다를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가세…차별금지법, 이번엔 국회문턱 넘을까
물론 입법화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다.

당장 6월 국회에선 시급한 현안들에 밀리는 듯한 모양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 "시급한 현안 법안들이 어느 정도 6월에 정리되면 이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달부터 입법 논의가 본격화한다고 하더라도 포괄적인 기본법이라는 점에서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법사위 상정 당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양성평등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많은 개별법이 있는데 이런 포괄적 법률이 만들어지면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역차별이 발생하거나 기존 법률과 충돌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편 바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차별금지법 내용 중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면 많은 이슈가 있다"면서 "논의를 숙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견인했던 것처럼 여론전을 통해 여야의 협조를 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입장을 밝히길 촉구한다"며 "민주당도 평등법 발의로 체면치레했다고 손 놓고 있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