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곧 尹 냉정하게 볼것…前정권 혼만 내면 文정부와 똑같아"
'오랜 동지' 이준석에 "유능·저돌적 정치인…기대반, 걱정반"
[일문일답] 유승민 "그 누구보다 朴 전 대통령에 안타까운 심정"
국회의사당 앞 '희망22' 사무실에서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마주 앉았다.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유 전 의원은 질문마다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던 그가 딱 한 번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 질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관한 것이었다.

단어를 하나하나 고르듯 조심스럽게 이어가면서, 유 전 의원은 중간중간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사무실 TV에는 마침 이준석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가 생방송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 대표 얘기부터 꺼냈다.

-- '이준석 현상'을 어떻게 봤나.

▲ 국민의힘에 변화를 바라는 에너지가 화산같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낡은 보수'가 박근혜 정부를 끝으로 수명을 다했다면,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을 통해 '낡은 진보'의 밑바닥도 확인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대선 국면에서도 이런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열망을 얼마나 잘 충족하느냐가 중요하다.

굉장히 어려운 과제가 이 대표에게 주어진 셈이다.

국민적 기대가 워낙 크다 보니까 기대 반, 걱정 반인 상황이다.

-- 이 대표 당선으로 덕을 볼까.

▲ (웃으며) 덕을 볼 생각도 없고, 반대로 역차별을 받을 생각도 없다.

이제 당 대표와 대선 후보로서 각자 갈 길을 가야 한다.

그런 공사 구분은 평소에도 확실히 하는 사이다.

-- 가까이서 지켜봐 온 이준석을 평가한다면.
▲ 추구하는 개혁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유능하고 저돌적인 정치인이다.

청년, 여성 등 각종 할당제를 전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견해가 다르다.

다만 이 대표 덕분에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공론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이 대표의 부친과 친하다던데, 그러면 삼촌뻘인가.

▲ 부친과는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을 쭉 같이 다녔다.

이 대표와는 동지 관계다.

이 대표도 절대로 저를 삼촌같이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 전당대회 기간 '유승민계' 얘기에 무척 언짢았을 텐데.
▲ 선거 국면이니 이해하려고 했지만, 서운했던 건 사실이다.

정말 많이 참았다.

-- 대구에서 '탄핵은 정당했다'고 말한 이 대표가 당선됐다.

탄핵의 강은 이제 완전히 건넌 건가.

▲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던 의미는 '탄핵이 정당했다'라고 믿는 사람과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는 사람들이 서로 더 싸우지 말자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탄핵이 정당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여전히 잘못됐다고 여기는 분들도 많다.

영남뿐만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에도 보수적 유권자가 많다.

중요한 것은 탄핵 찬반을 떠나 이제는 모두가 대선을 위해서 전략적인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문일답] 유승민 "그 누구보다 朴 전 대통령에 안타까운 심정"
-- 영남과의 '인간적 화해'가 과제일 듯하다.

▲ 그렇다.

정치인으로서 탄핵에 대한 입장은 지금도 분명하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던 그 누구보다 그분에 대한 인간적인 회한, 안타까운 심정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선을 앞두고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시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설명해 드리고, 그런데도 이번에 꼭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하는 이유를 호소할 것이다.

윤 전 총장 같은 분에 대해서도 점차 냉정하게 바라보실 것이다.

-- 지지율이 낮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보나.

▲ 다음 대선의 본선 경쟁력은 수도권·젊은층·중도층에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지금 제 지지율은 '영남·보수'에 갇혀 있다.

저에 대한 감정과는 깊이가 다를 수 있지만, 이 대표 당선을 계기로 정권교체 위해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시작됐다고 본다.

영남권 표심에 따라 제 지지도는 엄청나게 요동을 칠 수 있다.

--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를 평가한다면.
▲ 아무리 지지도가 높다고 해도, 아직 정치 행보나 대권 도전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지금 같이 숨어서 자꾸 간 보고, 대변인 통해서 그러지 말고, 정치는 본인이 하는 거다.

페이스북을 쓰든, 거리에 나가든, 본인이 직접 '저는 이런 정치를 할 것'이라고 육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빨리 등판하시라고 이야기하는 거다.

--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밖에 둔 채 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오세훈 모델'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 그런 생각도 힘도 없다.

'오세훈 모델'도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오히려 윤 전 총장 같은 분이 빨리 당으로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플랫폼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쟁해보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자꾸 숨어서 간을 보고,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정치를 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 윤 전 총장이 '반문(反文) 정서'의 반사효과를 누린다는 분석도 있다.

▲ '가장 확실하게 혼내줄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보는 것 아닐까.

대통령의 역할이 과거정권 적폐청산이 전부라고 본다면 검찰 출신이 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와 뭐가 다른가.

다음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함이 우선이다.

[일문일답] 유승민 "그 누구보다 朴 전 대통령에 안타까운 심정"
--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은 어떤 입장인가.

▲ 저는 정말 '웰컴'이다.

김웅 의원이 복당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홍 의원이 저에 대해 굉장히 점잖지 못한 말씀을 하시더라. 그 부분은 언젠가 만나 꼭 사과를 받을 생각이다.

-- 일부 의원들은 홍 의원 복당을 우려한다.

▲ 홍 의원은 밖에 있어도 시끌시끌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밖에서 출마하는 후보가 있어선 안 된다.

홍 의원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들은 경선 과정을 통해 걸러질 것이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합류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 당연하다.

서울시장 보선 때도 조금만 일찍 들어왔다면 후보가 됐을 텐데 타이밍을 놓쳤다.

출마를 희망한다면 합당 문제를 조기에 결정 내는 게 맞다.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대선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보나.

▲ 선대위원장은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정하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의 경륜을 당에서 적극 활용하자는 점은 찬성한다.

다만 지금 비대위원장도 아니신데, 당내 의원·주자들과 불필요한 반목은 없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김 전 위원장과 친하지도, 적대적이지도 않다.

--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평가한다면.
▲ 매우 나쁜 포퓰리스트다.

기본소득 등 국민에게 돈을 지급해서 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은 이 정부의 실패한 소득주도성장과 똑같은 발상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으로 흥했지만, 기본소득 때문에 궁지에 몰릴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