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라도 영상' 참사 2주…진상 못 밝히는 외교부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조사가 외교부 차원에서 진행 중에 있습니다만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P4G 정상회의 개막식 때 개최지 서울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능라도 위성 영상’이 나온 외교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영상 사고가 벌어진 지 16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직접 유감을 표하고 구체적인 경위 조사를 약속한 지 2주가 지난 시점이다.

외교부는 이 기간 외교 참사에 대해 “영상 제작사 측의 실수”라는 점만을 강조해왔다. 국민적 공분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지난 1일 외교부가 내놓은 마지막 공식 입장은 “행사 직전까지 영상물을 편집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정 장관)는 것이었다. 최 대변인은 이날 “이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외교부는 주무기관으로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조사 마감 시한이 언제냐’는 질문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조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사 방식 등과 관련해서는 말을 삼가겠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지난 2주간 진상 조사 결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 중”이라는 답만 반복했다. 그 사이 여러 국회의원실을 통해 “실수”라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의 정황이 쏟아졌다. 한국경제신문의 단독 취재에선 해당 영상의 원본 제목이 ‘북한 평양’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외주 업체가 이용했다는 영상 구매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검색 키워드로 사용했다는 ‘코리아’, ‘지구’, ‘위성’이라는 세 단어를 입력하자 이 같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마저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고의성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단 한 번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 수사 능력도, 처벌 권한도 없는 외교부는 조사가 언제 끝나는지, 어떤 처분을 할 것인지 보름째 묵묵부답이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늑장 조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외교부는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외부 사정기관에 조사를 의뢰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이 유치한 첫 기후 관련 정상회의’라는 P4G 정상회의의 의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